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의 사표 제출 현황 등이 담긴 문건을 자유한국당이 26일 공개했다. "환경부가 작성해 올 1월 민정수석실에 보고한 것이라고 제보를 받았다"고 했다. 문건을 보면 공공기관 8곳 간부 20여 명의 이름과 임기가 나와 있고 그 옆쪽으로 '사표 제출 예정' '반발(새누리당 출신)'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 사표 제출에 반발한 어떤 간부는 '야당에 정보를 제공한다는 소문'이라고 돼 있고 다른 간부에 대해서는 '안종범 전 수석이 임명에 도움을 주었다'고 쓰여 있다. 한국당에 따르면 환경부는 민정수석실에 보고하면서 '저희가 사표 잘 받아내고 있다' '캠프에 계시던 분 자리 많이 만들고 있다'고 했다 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던 김태우 수사관도 "특감반장 지시로 특감반원들이 전국 330곳 공공기관장 및 감사들의 재직 유무, 임기 등이 적힌 리스트를 만들어 감찰에 참조했다"고 주장했다. 일종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표적 감찰을 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민정수석실 누구도 그런 문건을 보고받은 적 없다"고 부인했다. 문건 진위가 제대로 밝혀져야 한다. 사실이면 '블랙리스트'다. 전 정부 인사들에게 한 기준으로 하면 책임자들은 감옥에 가야 한다.

정부는 적폐 청산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내세웠다. 청와대 지시로 20곳 가까운 정부 부처가 저마다 앞다퉈 적폐 청산 위원회를 만들었다. 여당이 전 정권을 겨냥해 만든 '적폐 현황' 문건이 공개된 적도 있었다. 정부 위원회들은 법인 카드 몇 만원 같은 사소한 일까지 찾아내 사람들을 쫓아내거나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전 정권 인사 수십 명을 감옥에 보냈다. 빈자리에는 현 정권 낙하산이 내려앉았다. 그런데 그토록 비난하면서 청산한다던 일이 이 정권에서도 그대로 반복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로 진실이 낱낱이 밝혀져야 하지만 정권의 충견인 검찰은 신뢰를 잃었다. 검찰은 이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과 특감반을 압수 수색했다. 그런데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은 압수 수색 대상에서 뺐다. 두 사람이 민간 사찰 혐의로 고발당해 하는 수사인데 그 두 사람을 뺐다니 압수 수색하는 척하는 쇼 아닌가. 그 쇼 와중에 현 정권 블랙리스트 의혹이 또 불거진 것이다.

청와대는 김태우 수사관에게 명예훼손 책임을 묻겠다고 해놓고선 정작 검찰에 낸 고발장에서는 명예훼손을 뺐다. 우윤근 러시아 대사 역시 고발하겠다고 해놓고 일주일 넘도록 하지 않고 있다. 명예훼손 수사를 하면 사실 여부를 가려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에 자신이 있다면 왜 이러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