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이 올 들어 10월까지 마이너스 0.57% 수익률을 기록해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손실을 냈다. 운용 자금이 큰 기관투자가일수록 시장 수익률을 넘거나 최소한 비슷하게 유지하는 것이 기본인데, 600조원이 넘는 세계 3위권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외환위기나 금융위기도 없는 상황에서 손실을 냈다는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올해 9월 말 653조6000억원이었던 국민연금 기금은 10월 한 달간 16조6000만원이 사라졌다. 전체 기금 운용에서 19.5%(약 125조원)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주식 투자에서 마이너스 16.5%의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때문이다. 올해 1~10월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수익률은 배당금을 반영한 코스피 지수 수익률보다 0.46%포인트 낮다. 평균에도 못 미친 성적이다. 국내 증시가 11월과 12월에도 저조했고 내년 국내외 경제가 더 나빠질 전망이어서 국민연금 손실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 기금 운용 실패는 올해에 그칠 문제도 아니다. 혁신도시 정책에 따라 국민연금공단은 2015년 본사를 전북 전주로 이전했다. 그래도 국민연금 조직 중 기금운용본부만큼은 국내외 금융기관들이 몰려 있는 서울에 남겨두려 했으나 지역 반발로 결국 작년 2월 전주로 옮겨야 했다. 자금 운용은 무엇보다도 전문성과 시장 감각이 생명이고 그런 능력을 갖춘 인적 자원이 필수적이다. 글로벌 자금 흐름과 국내외 주식, 채권, 해외 부동산·자원 등의 동향을 민첩하게 파악하고 적기에 투자 판단을 잘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런데 국민연금공단이 지방으로 옮기면서 정치인 출신 비전문가가 이사장을 맡았고, 기금운용본부까지 이전하자 우수 투자 인력들이 줄줄이 이탈했다. 기금 운용을 지휘하는 기금운용본부장 자리가 1년간 비어 있는 상식 밖의 일까지 벌어졌다. 자금을 굴리는 핵심 실무책임자인 실장급 4명이 그만두고 투자 전문가 수십 명이 떠나면서 조직 붕괴 직전까지 갔다. 이 때문인지 국민연금은 국내외 주식·채권·대체투자(부동산·인프라 등)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해 위험을 분산하는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 위험 자산인 주식 투자 비중(38%)을 지나치게 높여 놓았다. 여기에 정부는 경제 민주화라며 국민연금으로 기업 경영에 개입하겠다고 하고, 국민연금 개혁은 연금 재정 안정보다는 당장 퍼주는 포퓰리즘으로 흐르고 있다. 안 그래도 젊은 세대는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높은 상황이다. 국민연금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