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학년도 수능에서 수학 4등급을 받은 수험생이 한 지방 의대에 합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측은 23일 "올해 입시 정시 전형에서 수학 4등급 받은 수험생이 의예과 정시 최종 합격자 명단에 올랐다"고 밝혔다.

보통 의대는 자연계 수험생 중 최상위권이 지원하기 때문에 수능 전 과목에서 최상위 점수를 받아야 합격한다. 하지만 올해는 다른 변수가 생겼다. 국어가 매우 어렵게 출제돼 국어 성적을 잘 받은 학생의 표준점수가 대폭 올라간 것이다. 표준 점수는 시험이 쉽게 출제돼 평균 점수가 올라가면 전체적으로 내려가고, 시험이 어렵게 출제되면 전체적으로 높아진다. 이번에 이 의대에 합격한 수험생은 남들이 못 본 국어 성적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수학에서 낮은 점수(4등급)를 받고도 의대 커트라인을 통과할 수 있었다.

이 수험생은 국어에서 2점짜리 한 문제를 틀려 원점수 98점, 표준점수는 148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은 이 수험생이 지난 18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합격증을 올리면서 수험생들 사이에 알려졌다.

학교 관계자는 "해당 학생은 수학에선 4등급을 받았지만, 국어·탐구 등 나머지 과목에선 최상위 성적을 기록했다"면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지만, 정시전형은 전 과목 표준점수를 합해 뽑기 때문에 (수학 4등급 받은 학생이 의대에 합격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번 수능 시험은 전반적으로 어렵게 출제됐다. 그 중에서도 국어 영역은 현행 수능 체제가 도입된 2005학년도 이래 가장 어려웠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이 150점으로, 자연계 수험생이 주로 보는 수학 가형 표준점수 최고점(133점)보다 17점이나 높았다. 표준 점수 최고점은 시험이 어려울수록 높아진다. 만점자 비율 역시 0.03%(148명)으로 역대 최저였다.
이번에 의대에 합격한 수험생은 이렇게 어려웠던 국어 과목을 매우 잘 봤기 때문에 수학에서 4등급을 맞고서도 전 과목 표준점수 합계가 높았던 것이다.

지난해 수능 직후 일부 입시 업체들은 정시 설명회에서 "국어가 굉장히 어렵게 출제됐기 때문에, 수학 3~4등급 맞았어도 국어를 한 두개만 틀렸다면 서울대도 갈 수 있다"고 전망했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현 수능은 절대평가와 상대평가가 섞여있어 변별력이 국어·수학·탐구로 압축된 상황인데, 여기서 과목 간 난이도 불균형 현상이 벌어지면 정시 예측 가능성이 떨어져 학생·학부모들의 혼란이 커진다"며 "국어가 극상 난이도를 보인 이번 수능에선 다른 의대나 최상위권 대학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