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고 고소한 '숲속의 버터'로 인기 폭발
환경파괴 주범·마약 카르텔 돈줄··· 영국 식당가에선 '퇴출운동'도

달걀을 넣고 구운 아보카도.

세계 각국의 유명 레스토랑을 맛보러 다니는 미식(美食) 여행상품을 기획·판매하는 여행사 대표이자 본인 자신도 손꼽히는 미식가인 서모씨는 푸아그라(foie gras·거위간)와 샥스핀(상어 지느러미)을 먹지 않는다. 서양 3대 진미 중 하나로 꼽히는 푸아그라는 거위간을 비대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동물학대가 이뤄지며, 동양의 최고급 식재료인 샥스핀은 상어를 멸종 위기종으로 만든 주범이라 믿기 때문이다.

이런 서씨가 최근 자신의 ‘금식(禁食) 목록’에 아보카도를 추가했다. 서씨는 "아보카도가 얼마나 환경을 파괴하는 지 알고나서는 도저히 먹을 수 없다"고 했다. 서씨처럼 "아보카도는 환경 파괴 주범"이라며 먹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이들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

◇건강함과 트렌디함 갖춰 외식업계 사랑 독차지

터키 베이컨 아보카도 샌드위치.

아보카도는 최근 국내는물론 세계적으로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과일. 별명이 ‘숲속의 버터’일 정도로 고소하고 기름진 맛과 선명하고 산뜻한 초록빛을 지닌데다 ‘세계에서 가장 영양가 높은 과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을 정도로 건강에도 이롭다고 알려지며 더욱 인기다.

건강함과 트렌디함을 갖춘 식재료를 항상 찾는 외식업계에 아보카도는 안성맞춤 식재료다. 게다가 샌드위치 전문점 ‘써브웨이’는 아보카도를 넣은 샌드위치 3종을, 스타벅스는 아보카도와 우유를 섞은 음료 ‘아보카도 블렌디드’를, SPC 샐러드 브랜드 ‘피그인더가든’은 아보카도를 넣은 샐러드와 샌드위치를 출시하는 등 업체마다 아보카도를 활용한 메뉴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SPC 관계자는 "아보카도가 들어간 샐러드가 샐러드 메뉴 중에서 가장 잘 팔린다"며 "손님이 선택 가능한 추가 토핑 중에서도 아보카도가 여성들에게 가장 인기"라고 했다.

◇중남미 농부들, 아보카도 생산 위해 산림 파괴

이처럼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보카도가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된 건 우선 수송거리 때문이다. 아보카도는 재배조건이 까다롭다. 원산지인 멕시코 중동부 고산지대와 중앙아메리카, 이들 지역과 재배조건이 비슷한 미국 일부 지역과 뉴질랜드에서 생산된다. 한국은 아보카도를 이들 국가에서 전량 수입한다. 아보카도가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적어도 9789km에서 많게는 1만3054km를 이동해야 한다. ‘탄소 발자국’이 무수히 찍힐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보카도는 후숙 과일이다. 후숙 과일은 수확한 뒤 일정 기간 보관하며 숙성시켜야 먹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후변화와 미세먼지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이 다량 발생한다.

지난해 추석 선물세트가 나왔을 정도로 아보카도가 국내에서도 인기다.

아보카도 생산에는 물도 어마어마하게 들어간다. 아보카도(avocado)라는 명칭은 고대 아즈텍에서 ‘물을 많이 지니고 있다’를 뜻하는 말인 ‘아후아카틀(ahuacatl)’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100㎡ 규모 아보카도 농장을 운영하려면 하루 10만L 가량의 물이 들어간다. 이는 사람 1000명이 하루 동안 쓰는 물의 양과 맞먹는다.

산림파괴도 심각하다. 멕시코 남서부 미초아칸주 산간지역 농부들은 아보카도를 심으려고 소나무 등을 베어내고 있다. 아보카도 경작지가 늘어나면서 파괴된 숲은 한 해 6.9㎢가량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여의도 면적(약 2.9㎢)의 2배가 넘는다.

마약 카르텔의 돈줄 역할을 한다는 우려도 있다. 농부들이 아보카도 경작지를 마약상들에게 빼앗기거나, 농부를 농장주로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마약 카르텔이 운영하는 아보카도 농장도 많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해 12월 ‘영국 식당가에서 아보카도가 속속 퇴출되고 있다"며 ‘마약상들이 ‘피의 아보카도(블러드 아보카도)’를 영국 무역상에게 팔아 해마다 1억5000만 파운드(약 2125억원)의 수입을 챙긴다’고 보도했다. 아프리카에서 반군들이 군비 조달을 위해 불법 판매하는 다이아몬드를 ‘피의 다이아몬드(블러드 다이아몬드)’라고 부르는 데 빗대 ‘피의 아보카도’라고 부르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아보카도를 먹지 않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써브웨이 관계자는 "환경파괴 주범이자 마약상 돈줄이라고 알려졌다지만 아보카도 관련 제품은 매출 추이에 별다른 변동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