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허난성 화이양현(縣) 정부 공무원들은 요즘 인공지능(AI)에 자신의 재산 변동 등을 실시간으로 감시당한다. 화이양현이 중국 반부패 일환으로 개발된 '공무원 감시 특별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 현의 공무원들은 "부동산과 차량, 가족·친지 정보, 계좌 등 개인 정보가 모두 공개된 느낌"이라며 "AI 때문에 비리는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AI를 활용한 감시 시스템으로 지난 7년간 비리 공무원 8721명을 적발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최근 보도했다. 시스템 이름은 '부패를 0으로 낮춰 신뢰 사회를 구축한다'는 뜻의 '링신런(零信任ㆍZero Trust)'이다.

SCMP에 따르면, 2012년부터 시(市)·현(縣) 등 중국의 지방정부 30여 곳이 링신런을 도입했다.

링신런은 공무원의 각종 개인 정보 등을 실시간 수집해 사회관계망과 자금 흐름도를 그린 뒤, 공무원 계좌에 큰돈이 들어오거나 친지가 외제차를 모는 등 수상한 점이 발견되면 곧바로 사정 당국에 알린다. 링신런이 활용하는 정보는 중앙·지방정부가 보유한 150여 개의 각종 공무원 데이터베이스(DB)다. 공무원 본인뿐 아니라 그의 가족과 친척, 친구 정보까지 접근한다.

링신런의 비리 적발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공무원 재산의 수상한 변동 사항을 잡아내는 것이다. 공무원의 부동산 이전이나 토지 인수, 고가 자동차 구입 등을 포착한다. 공무원 가족이나 지인이 정부 계약에 응찰했는지도 확인한다.

부적절한 예산 집행을 찾아내는 것도 비리 적발의 주요한 수단이다. 인공위성이 촬영한 사진·영상을 분석해 도로나 다리 건설 등에 예산이 제대로 집행됐는지, 계획에서 벗어난 재개발·재건축 사례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탁월한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링신런은 공무원들의 심한 저항을 받고 있다. 공무원들은 자신의 비리와 사생활이 낱낱이 까발려질까 봐 이 시스템 도입을 막으려고 한다. 현재까지 중국 전체 행정구역 수의 1%인 30여 곳만이 링신런을 가동하고 있다. 대부분 낙후한 소규모 도시나 농촌이다.

중국 중앙 정부가 링신런의 대대적 도입을 원치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메릴랜드주 정보전략연구소 리헝칭 소장은 홍콩 뉴스사이트 아보뤄(阿波羅)신문망에 "중국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6400만 공무원에게 강제 도입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면서 "관영 언론도 링신런을 거의 홍보하지 않는 것을 보면 중국 최고위층도 도입을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