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유산(遺産·legacy)은 최신식 경기장의 사후 활용이나 스포츠 저변 확대만을 뜻하지 않는다. 지구촌 최대 스포츠 이벤트 대규모 국제 행사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도 귀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유치 후 대회 준비 과정에서 조직위원장이 세 차례나 바뀌었다. 초반 골든 타임을 놓쳐 한때 경기장 완공을 제때 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었다. 평창올림픽이 대회 전 비관적인 시선을 말끔히 없애버리고 대회 후 찬사를 받은 것은 조직위에 참여한 민간 전문가들과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이었다. 하지만 올림픽 개최 1년이 지난 지금 이런 경험과 노하우가 단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간 전문가 절반이 실업

1년 전 평창올림픽 당시 조직위 인원은 총 1205명. 각 부처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과 조양호 2대 조직위원장 재임 시절 한진그룹 계열사에서 파견된 사람들을 뺀 나머지 507명은 조직위에서 직접 채용한 민간 전문가들이다. 조직위가 2011년 11월 출범했으니, 이들 중엔 수년간 조직위에서 일한 사람도 있다. 올해 3, 4월쯤 해산 예정인 조직위의 현재 인원은 65명. 그중에도 절반인 33명이 민간인 전문가일 만큼 아직도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 후 규모가 축소되면서 조직위를 떠난 474명 중 취업자는 46.2%인 219명에 불과하다. 2020 도쿄 하계올림픽 조직위(9명),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조직위(6명), 대한체육회(10명) 등 체육 관련 단체로 자리를 옮긴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민간 전문가들이 축적한 소중한 올림픽 경험이 그냥 사장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한 조직위 간부 출신 민간 전문가는 "정부가 급할 때는 '도와달라'고 간절하게 사정하더니 지금은 쳐다보지도 않는다"며 "1988 서울올림픽 땐 대한체육회나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을 통해 조직위 인력을 상당수 흡수해 노하우를 이용했는데 지금은 그런 움직임조차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원봉사 '레거시'도 살려야

토마스 바흐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평창올림픽 폐회식에서 한국어로 "여러분, 헌신에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1만40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은 올림픽 성공 개최의 밑거름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경험과 노하우 역시 '일회용'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작년 7월 펴낸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효과 심층 분석' 보고서에서 "강원도 자원봉사협의체를 만든 다음 지역 내 청장년층의 해외 인턴십과 청소년들의 국제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연계해 자원봉사자들이 올림픽 경험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들이 나중에 다른 나라를 상대로 국제적 수준의 교육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0년 일본 도쿄에선 하계올림픽, 2022년 중국 베이징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한 조직위 관계자는 "평창 자원봉사자들이 이웃 나라에서 열리는 대회에서도 활약할 기회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자원봉사자들의 노하우 전수는 정부와 강원도가 남북 공동 개최를 추진 중인 2032년 하계올림픽, 2021년 동계아시안게임 추진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