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문형배 부산고법 부장판사와 이미선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헌법재판관 후보로 지명했다. 두 후보자는 각각 우리법연구회 회장과 국제인권법연구회 발기인을 지냈다고 한다. 법원 내 이른바 진보 성향 판사 모임들이다. 이번 인사로 현 정권의 헌법재판관 인선이 마무리됐다. 그 결과,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과반인 5명이 우리법·인권법·민변 같은 특정 성향 단체 출신들로 채워졌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없던 일이다.

우리법·인권법 연구회 출신들은 정치적으로 치우친 언행으로 물의를 빚은 경우가 많았다. 2011년 우리법 회장인 판사는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뼛속까지 친미'라고 했고, '가카새끼 짬뽕'이라고 한 판사도 있었다. 인권법 소속 판사는 "재판이 곧 정치"라고 했고, 다른 판사는 대선 다음 날 "지난 6~7개월은 역사에 기록될 자랑스러운 시간들"이라며 노골적으로 정치 발언을 했다. 포털 사이트에 동료 법관들 탄핵을 청원하는 글을 올리거나 "시민의 힘으로 (법관 탄핵) 기적이 일어나길 기원한다"고 한 판사도 있었다. 자신들은 '연구 모임'이라고 하지만, 정권과 가까운 '사법부 신(新)주류'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더구나 이 모임 소속 판사는 전체 법관 3000명 가운데 15%가량에 불과하다. 두 후보자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고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해 애쓴 법관은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헌법재판관 구성의 다양화라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두 후보자를 지명했다고 한다. 획일화를 해놓고 다양화했다고 한다. 청와대의 언행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헌재는 권력으로부터 국민 인권 침해를 막아내는 최후의 보루이면서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 갈등을 녹여내는 용광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재판관 구성 자체부터 권력과 독립돼야 하고 중립성이 지켜져야 한다. 그런데 이 정권 대통령과 여당, 대법원장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인선권 행사가 가능한 재판관 6명 가운데 5명을 코드 인물 일색으로 채워버렸다. 헌재를 청와대 출장소로 만든 것이다. 헌재가 권력과 한 몸처럼 돼 버린다면 누가 공정하다고 믿겠나.

헌재뿐 아니라 대법원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 9명 가운데 대법원장을 포함한 5명이 우리법·인권법·민변 출신이다. 자신도 3차례나 위장전입을 했으면서 위장전입한 사람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사람, 대통령이 민정수석 시절 비서관이던 사람을 최고 법관 자리에 앉히기도 했다. 법조계에선 지금 식이면 앞으로 있을 대법관 4명 인선도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정권이 사법부(司法府)를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기관이 아니라 일개 정부 부처(部處)나 사조직쯤으로 여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