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스캔들로 위기에 처한 보이그룹 ‘빅뱅’의 공백을 메워줄 것으로 기대받는 YG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블랙핑크’. 하지만 여성팬이 중심인 아이돌 시장에서 걸그룹이 ‘빅뱅’만큼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견 연예기획사 A사는 이달 6인조 보이그룹을 데뷔시킬 계획이었지만 한두 달을 미뤘다. 보이그룹 전반에 대한 여론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승리는 물론, '하이라이트'의 용준형, 'FT아일랜드'의 최종훈, '씨앤블루'의 이종현 등 인기 보이그룹 멤버들이 가수 정준영과 친하게 어울리며 단톡방에서 성관계 몰카를 공유하고 여성 비하 욕설을 수시로 쓰는 등 범죄에 준하는 수준의 행동을 해왔던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실제로 최근 3주간 포털사이트에 올라오는 보이그룹 관련 기사에는 내용과 상관없이 "너도 승리와 한패지" "다 똑같은 '한남(한국 남자를 비하하는 멸칭)'들은 퇴출시켜야 한다"는 등 악플이 수십~수백개씩 달리고 있다.

'승리 게이트'로 시작된 연예계 스캔들이 정준영을 통해 그와 친분 있는 남자 연예인들에게 번지면서 인기 보이그룹을 데리고 있거나 제작 중인 연예기획사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한 대형기획사 관계자는 "보이그룹은 팬덤이 탄탄해 매출은 상대적으로 더 높지만 대형 사고를 자주 치고, 걸그룹은 상대적으로 멤버들이 구설수에 오르는 일은 거의 없지만 아무래도 팬덤이 약해 매출이 안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아이돌 시장 매출의 90% 이상은 10~20대 여성 팬덤 덕분이다. 이들이 실물 앨범이나 관련 상품을 사고, 콘서트에 오면서 매출을 올려준다. 심지어 '트와이스'나 '블랙핑크' 같은 인기 걸그룹도 팬클럽 회원 중엔 여성 비중이 60%를 넘는 실정이다. 시장 구조가 이렇다 보니 데뷔 2~3년 된 보이그룹도 어느 정도 인정만 얻으면 1만여명 규모의 콘서트를 1년에 몇 번씩 열 수 있는 반면, 걸그룹은 정상급 인기를 누려도 1년에 3000석 규모의 콘서트 한 번 여는 것도 여의치 않다. 음반 판매량도 보이그룹이 절대 우세다. 작년 앨범 판매 순위 1~10위 중 이름을 올린 걸그룹은 '트와이스'가 유일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드러나듯 보이그룹 멤버들은 걸그룹에 비해 사건·사고에 휘말리거나 구설에 오르는 일이 훨씬 잦다. 마약 사건이나 성범죄, 음주운전뿐 아니라 팬들과 사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연애를 하다가 걸려서 퇴출당하는 것도 대부분 남자 아이돌 가수들이다.

A사 관계자는 "지금 데뷔한 지 4~5년쯤 된 보이그룹을 데리고 있는 회사들은 멤버들 집합시켜서 카톡 삭제시키고 소셜미디어에 클럽 간 사진도 내리게 하는 등 난리가 났다고 하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