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데이비드 호크니展
이름값은 논쟁적이다. 끊임없이 값의 타당성을 검증당한다는 점에서, 환율의 속성과도 유사하다. 영국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82)는 현재 세계 최고 시세의 통화(通貨)다. 지난해 생존 작가 중 경매 낙찰 최고가(1019억원)를 기록했다. "진지함이야말로 예술계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통화"라고 한 영국 작가 그레이슨 페리의 견해에 따르면, 하나의 사조에 갇히지 않고 60년 넘게 다매체 경계를 넘나든 호크니의 이름값은 낭설이라 보기 힘들다.
그의 국내 첫 대규모 전시가 서울시립미술관 본관에서 8월 4일까지 열린다. 영국 테이트미술관과 공동 기획해 시기별 주요작 133점을 선보이는 아시아 최대 규모다. 이 소식은 즉각 불씨를 일으켰다. 호크니의 이름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랐고, 방탄소년단 리더 RM이 미술관을 찾아 화력이 배가됐다. 미국 추상표현주의를 조롱하던 젊은 호크니의 '환영적 양식으로 그린 차(茶) 그림'(1961), 그를 대표하는 수영장 시리즈 중 하나인 '더 큰 첨벙'(1967), 2014년 영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 1위로 선정된 초상화 '나의 부모님'(1977) 순으로 전시는 나아간다. "눈이 움직이지 않으면 죽은 것과 다름없다"는 철학에 바탕해 '움직이는 초점'으로 구현한 석판화 '아카틀란 호텔' 시리즈와 대형 풍경화 등은 예술적 실험 계보를 포괄한다.
하지만 그림을 중단하면서까지 시도했던 호크니 미학의 큰 축 1980년대 '포토콜라주'가 통째 빠졌고, 최근 몰두 중인 '아이패드' 그림 연작도 없다. 최고 낙찰가 그림 '예술가의 초상' 역시 볼 수 없다. 전시장 내 사진 촬영마저 불가다. 하지만 입장료(1만5000원)는 역대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중 가장 비싸다. 그러므로 티켓값을 지불한 순간부터, 관람객은 전시의 이름값을 다시 평가할 자격이 있다.

발레|백조의 호수
올해 봄은 아름다운 백조와 함께 시작한다. 5~13일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유니버설발레단(UBC)의 '백조의 호수'는 클래식 발레를 대표하는 작품. 차이콥스키의 음악, 마리우스 페티파의 안무 등 거장들의 손길로 완성된 이 작품은 백조로 변하는 마법에 걸린 공주 오데트와 지그프리트 왕자의 사랑, 환상적인 백조 군무와 파드되, 백조와 흑조 안무의 강렬한 대비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1992년 '백조의 호수'를 국내 초연한 후, 이후 해외 13개국 투어를 거치며 수준을 인정받은 UBC에도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다. 수석 무용수 홍향기와 UBC의 스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등 간판 무용수들이 대거 출연한다.

영화|샤잠!
3일 개봉한 '샤잠!'(감독 데이비드 F. 샌드버그)은 청소년 성장 영화를 연상시키는 풋풋하고 엉뚱한 수퍼 히어로물. 열다섯 소년 빌리 뱃슨(애셔 에인절)이 '샤잠!'이라는 주문을 외치면 빨간 쫄쫄이 복장을 입은 수퍼 히어로 '삼촌'으로 변한다.
샤잠(SHAZAM)은 솔로몬의 지혜, 헤라클레스의 힘, 아틀라스의 체력, 제우스의 권능, 아킬레스의 용기, 머큐리의 스피드에서 알파벳 앞글자를 딴 말. 하지만 수퍼 히어로가 됐다고 없던 솔로몬의 지혜가 샘솟진 않나 보다. '애어른'인 빌리는 맥주를 사 마시고 유튜브에 '수퍼 파워'를 자랑하기 바쁘다. DC코믹스의 어두운 느낌을 기대하지 말 것. 나사가 하나 빠진 듯 유치한 수퍼 히어로에 킬킬대고 싶다면 추천.
콘서트|사브리나 카펜터
아리아나 그란데, 마일리 사이러스의 뒤를 이을 디즈니의 요정이 한국을 찾는다. 떠오르는 미국의 스타 사브리나 카펜터가 이번 주말 첫 내한 공연을 연다. 시트콤 '라일리의 세상', '마일로 머피의 법칙' 등 디즈니 채널 작품에 출연하며 어린이들로부터 '초통령'급 인기를 누렸다. 2014년 첫 앨범 발매 후 지난해까지 총 4장의 앨범을 발매했다. 포크부터 일렉트로팝, 틴팝을 거쳐 하우스까지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며 가수로서 입지를 쌓았다. 시원한 가창력과 매력적인 음색으로 차세대 팝 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그가 활짝 웃는 모습만큼 상큼하고 톡톡 튀는 미국 최신 팝을 만날 수 있을 듯. 6일 오후 7시 서울 광장동 예스24라이브홀.
넷플릭스|하이웨이맨
20세기 초 미국의 전설적인 강도 커플 '보니와 클라이드'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반가울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하이웨이맨'은 보니와 클라이드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고전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의 거울 같은 작품이다. 그들을 사살했던 고속도로 순찰대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케빈 코스트너와 우디 해럴슨이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경찰로 나온다. 카메라는 늙고 지친 두 경찰이 젊고 팔팔하며 사람들에게 인기도 많았던 강도 커플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건조한 추적자의 눈으로 본 보니와 클라이드는 그저 철없이 총기를 들고 설치는 청년들일 뿐이다. 자연스레 감정이입의 대상이 변화한다. 이 성실하고 노련한 두 노경(老警)에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