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전 11시 40분쯤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타다' 승합차를 불렀다. 차량이 도착해 막 올라타려는데 기사가 다급한 표정으로 돌아보며 물었다.

"손님, 정말 죄송한데 화장실 좀 다녀와도 될까요? 요금은 따로 안 붙습니다."

타다 기사 송모(46)씨는 이날 오전 6시 출근 이후 약 6시간 만에 처음으로 화장실에 들렀다고 했다. 송씨는 "방금까지 금천구 독산동에서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까지 1시간 운전했는데 바로 호출이 와서…"라고 했다.

'타다' 소속 승합차가 23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좁은 골목길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고 있다. 타다 기사들은 "차를 긁으면 최대 50만원까지 기사 개인이 수리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타다 측은 "되도록 큰길로 차량을 운행하도록 길을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는 요즘 '공유 경제의 총아(寵兒)'로 통한다. 서비스 시작 6개월 만에 가입 회원 50만명, 운행 차량 1000대, 기사 4300명을 넘어섰다. 11인승 승합차를 이용하고, 승차 거부를 하지 않는 등 서비스도 좋아 인기다.

본지는 지난달 하순과 이달 16~21일 두 차례에 걸쳐 타다 기사 10여 명을 인터뷰했다. 한결같이 "안팎으로 힘들다"고 했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근무 강도가 급등했고, 타다를 향한 택시 기사들 분노 역시 현장의 타다 기사에게 고스란히 쏟아진다는 얘기였다.

타다는 기사를 직접 고용하지 않는다. 차량은 타다가 모기업인 '쏘카'로부터 렌트하지만, 기사는 시중 대리운전업체 등으로부터 공급받는다. 타다는 이 둘을 소비자에게 연결만 시켜주고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타다 기사 시급(時給)은 약 1만원. 하루 10시간을 일하고 일당(日當) 10만~11만원을 받는다. 본지가 이번 달 취재에서 만난 기사 7명은 손님을 하루 평균 13번 받았다. "올 초 대비 3배 이상 늘었다"는 게 기사들 체감 평가다. 올 2월부터 타다 기사로 근무해 온 김모(41)씨는 "일 시작할 땐 하루 4~5번 태우면 많은 편이었다"며 "편의점 알바보다 못하다고 투덜대는 동료도 있다"고 했다.

타다 기사는 10시간 중 90분을 식사나 용변, 흡연 등 휴게 시간으로 재량껏 쓸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휴게 시간을 쓰기도 어려울 정도다. 지난 17일 오전 7시부터 근무한 타다 기사 정모(27)씨는 오후 3시쯤 송파역에서 13번째 손님을 태웠다. 정씨는 "손님이 내리자마자 0.1초 만에 다음 호출이 잡힌다"며 "호출 거절이 쌓이면 해고 등 인사상 불이익이 있어 억지로 운전대를 다시 잡는다"고 말했다.

원모(38)씨는 "특히 강남 일대는 손님이 많아 호출이 끊기지 않고 강남 내에서 단거리 이동하는 손님이 대부분이라 빠져나오기도 어렵다"며 "똑같이 20명을 태워도 연달아 운전하면 피로도가 크다"고 말했다.

수리비 부담도 기사 어깨를 짓누른다. 타다는 차량이 사고로 손상되면 기사 개인으로부터 수리비를 최대 50만원까지 받는다. 정씨는 "덩치가 큰 11인승 승합차라 벽이나 다른 차량을 긁기가 쉽다"며 "사소한 흠집에도 최대 부담금 50만원을 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원씨는 "수리비 부담에 사비로 월 4만5000원짜리 보험을 들었다"고 말했다. 수리비 불만이 이어지자 타다는 지난 10일 "7월부터는 회사 차원에서 보험에 가입하겠다"고 했다.

더 나은 근무 환경을 향한 이직(移職)도 벌어진다. 요즘은 지난달 15일 출시한 유사 신생 서비스'파파'가 인기다. 타다에서 파파로 갈아탄 기사 A씨(성씨와 연령 비공개 요청)는 "파파 기사의 70~ 80%가 타다에서 왔다"고 말했다.

택시와 갈등도 타다 기사에게는 힘들다. 기사 최모(52)씨는 출근 이틀째이던 지난 10일 이후 다시는 기사식당에 가지 않는다. "서울 자양동 기사식당에 갔는데, 택시 기사들이 주차장 입구에서 '타다는 못 세운다'며 막아 쫓겨났다"고 말했다. 손모(47)씨는 "기사 식당 화장실에선 소변볼 때 벽만 본다. 눈 마주치면 시비 걸리니까"라고 했다. 다른 기사는 "한번은 기사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왔는데, 택시 기사들이 내 차를 둘러싸고 욕을 하고 있더라"며 "나도 택시 기사인 척 '누가 여기다 타다를 세웠지'라고 동조했다"고 말했다.

도로에서 봉변도 당한다. 김모(56)씨는 "지난 3월 상암초교 앞을 지나는데 나보다 열 살은 어려 보이는 택시 기사가 창문을 내리고 '먹고살기 힘든데, 개××야' 하고 가더라"고 했다. 택시가 일부러 가까이 붙거나 차선에 끼워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다른 김모씨는 "확 들이받고 수리비 50만원 내고 싶은 충동을 매번 느낀다"고 했다. 타다는 최근 기사들에게 '택시와 마주치면 피하라'는 취지의 지침을 잇달아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