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오사카 G20 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회담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만날 준비가 돼 있지만 일본은 준비가 안 된 것 같다"고 했다. 앞서 아베 일본 총리는 한·일 회담 가능성에 대해 "주최국 의장이라서 양자 회담 일정이 꽉 차 있다"고 했다. 15여 개국 정상과 회담을 하면서 가장 가까운 이웃을 만날 시간은 없다는 것이다. '만나기 싫다'는 얘기다. 늘 부침을 겪는 한·일 관계지만 이 정도로 비정상적인 적은 없었다.

지금 한·일 관계는 외교·안보·경제 성한 곳이 없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위안부 재단 해산, 초계기 갈등 등이 이어지면서 깊어질 대로 깊어진 감정의 골이 이제는 민망한 모습을 감출 수 없는 지경으로 가고 있다. 문제는 지금보다 더한 일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주 한국 측이 제안한 강제징용 배상 해법을 일본은 1시간도 안 돼 걷어찼다. 작년 말 처음 거론될 때는 일본도 긍정 검토했던 안인데 청와대가 "발상 자체가 비상식적"이라고 잘랐다. 그걸 G20을 앞두고 다시 꺼내니 이번엔 일본이 거절했다.

미 국무부 한국과장은 어제 "솔직히 말해 한·일 관계가 좋지 않으면 우리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빈말이 아니다. 그런데도 외교부는 국회에 보고한 북핵 문제 해결 방안에서 "중국·러시아와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겠다"며 일본만 뺐다. 일본이 "G20 정상회담 일정이 찼다"고 하니 청와대는 "우리도 다 찼다"고 한다. 국익을 위한 외교의 장(場)은 감정싸움을 벌이는 곳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