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는 자신의 인종을 '카블리나시안(Cablinasian)'이라고 말한다. '코카시안·블랙·아메리카 인디언·아시안'에서 글자를 따온 것으로, 그만큼 많은 피가 섞였다는 뜻이다. 그의 어머니는 태국·중국·네덜란드 피가 섞인 부모로부터 태어났고 아버지는 아프리카·중국·아메리카 인디언의 피가 섞였다. 거의 모든 인종의 유전자를 지니고 있는 우즈는 '이민자의 나라' 미국을 상징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 대학생들에게 흑인과 백인, 혼혈인 사진 1200장을 보여주고 어떤 얼굴이 매력적이냐고 물었다. 상위 5%에 오른 얼굴 중 3분의 2가 혼혈이었다. 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두 가지 이론으로 설명한다. 여러 인종의 특징을 고르게 담은 얼굴이 더 선호된다는 이론과, 각기 다른 유전적 배경의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부모가 가진 건강하고 매력적인 유전자를 갖게 된다는 이론이다.

▶전북 익산시장이 다문화 가족 60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축사를 하며 '잡종 강세'라는 말을 한 뒤 곤욕을 치르고 있다. 악의 없이 '혼혈이 유전적으로 좋다'는 말을 하려 했을 것이다. 그는 그러나 해명을 한다며 "튀기라는 말을 쓸 수 없어 잡종이라고 했다"고 했다. 이 해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

▶'잡종 강세'는 기본적으로 농업 용어다. 18세기 독일 식물학자 쾰로이터가 발견한 잡종 강세는 20세기 들어 미국에서 옥수수 농업을 필두로 실용화됐다. '튀기'는 '특이'에서 비롯된 말이다. 종이 다른 두 동물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를 '특이'라고 했고 이것이 '트기'로 바뀌었다. 6·25전쟁 이후 혼혈아를 그렇게 부르다가 차별적 용어라고 해서 더 이상 쓰지 않는다.

▶백인 아버지와 흑인 계열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영국 왕손 부인이 된 메건 마클도 중학생 때 '인종 조사' 설문지를 받아들고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백인·흑인·히스패닉·아시안' 네 가지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부모님 중 한 분을 머릿속에서 지워야 했다"고 말했다. 다문화 가구 자녀들이 겪는 정체성 혼란은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익산시장은 "다문화 가족을 띄워주려고" 그런 말을 했다지만, 이렇게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다문화 가족이 원하는 것은 특별 대우가 아니라 똑같은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진짜 '다문화 사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