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구름이 아득한데 해를 보내고도 편지를 받지 못하니 우울하기가 밤과 쑥을 삼킨 것 같았습니다. (중략) 제 형편은 여전히 낡은 기와 같아서 남은 한 가닥 목숨만 간신히 지탱할 뿐입니다."

1854년 2월 추사 김정희(1786~1856)는 지인의 편지를 받고 이런 답장을 보냈다. 수신인은 함경도 북청 귀양살이 때 가까이 지낸 윤생원(이름은 미상). 유배에서 풀려난 후 과천에 거처하던 그는 "비로소 반가운 편지를 받았으니 흐뭇하게 안심되는 심정"이라고 반색하며 세상사 관심 끊고 죽은 듯이 지내는 노년의 심정을 써 내려갔다. 서체에 강약이 들어 있는 리듬이 마치 서예 작품을 보는 듯한 울림을 준다.

한국고간찰연구회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마련한 특별전 '옛 문인들의 편지'에서 이 간찰을 볼 수 있다. 전시는 서울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 4일까지 열린다. 한국고간찰연구회는 옛 사람들이 쓴 편지를 읽으면서 초서를 공부하는 모임. 한문학·국문학·역사학·서지학 분야의 연구자 27명이 모였다. 연구회 유홍준 이사장은 "간찰엔 보낸 사람과 받는 사람 사이에서 일어난 삶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며 "생활사의 생생한 자료이자 그 시대 유행했던 서체를 보여주는 서예사의 한 분야"라고 했다.

퇴계 이황(1501~1570)은 지인에게 보낸 편지〈사진〉에서 "마음에 품은 일은 어긋나는 일이 많아 날로 고민이 되지만 필설로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썼다.

정조 어찰부터 다산 정약용, 심전 안중식, 만해 한용운 등 회원들이 소장한 편지 70여점을 볼 수 있다. '내가 읽은 옛 편지'라는 책도 발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