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저는 활주로에서 이륙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여객기예요. 하루빨리 창공을 날고 싶어요."

지난 9월 프로배구 남자부 신인 드래프트에서 대한항공에 1라운드(전체 6순위)로 지명된 알렉스(26)는 코트가 아닌 관중석에서 소속팀 경기를 지켜본다. 그가 국내 프로 코트를 밟기 위해선 한국 국적을 먼저 취득해야 한다.

그의 현재 국적은 홍콩. 중국 이름은 전즈웨이(陳志威·Chan Alex Chi Wai)다. 지난달 배구협회가 알렉스를 우수 외국인 체육 분야 인재로 선정해 특별 귀화 신청을 했고, 지난달 16일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특별 귀화 추천 심의를 통과했다. 법무부가 최종 승인을 하면 알렉스는 프로배구 사상 첫 귀화 선수로 이름을 올린다. 그는 "지금은 최종 결과를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기다리면서 훈련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법무부의 특별귀화 승인만 남겨놓고 있는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 소속의 홍콩 출신 센터 알렉스는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빨리 코트에 서서 내 실력을 팬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은 알렉스가 인천 계양체육관 홈 구장에서 공을 들고 코트로 들어서는 모습.

알렉스는 고교생 신분이던 2013년 카잔 하계유니버시아드 홍콩 대표로 출전해 득점 1위를 했다. 당시 한국 대표팀 사령탑이던 김찬호 경희대 감독이 195㎝의 큰 키와 속공·블로킹 능력을 높이 평가해 외국인선수 전형을 통해 경희대로 데려왔다. 알렉스는 경희대 시절 네 시즌 동안 세 차례(2016~2017년, 2019년) 블로킹 1위에 올랐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아직 외국인 신분이던 그를 신인 드래프트에서 호명했다.

"내 이름이 불리는 순간 나도 모르게 '오! 감사합니다'라는 한국말이 입에서 절로 나왔어요. 영어·중국어가 아닌 한국말이 먼저 나오는 걸 보고 내가 정말 한국인이 다 됐다는 걸 느꼈어요. 귀화 여부가 불투명해 이름이 불릴 거라곤 생각도 못 했거든요."

알렉스는 프로에 지명된 날 밤 부모님 생각에 밤새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알렉스의 엄마는 그가 경희대에 입학하던 해 암으로, 아버지는 지난 5월 바이러스에 감염돼 세상을 떠났다. 그나마 유일한 혈육인 여동생에게 전화해 감격을 전했다고 했다.

"대한항공 입단한 지 한 달이 넘었네요. 그런데도 아직 쟁쟁한 형들과 함께 생활하는 게 꿈인지 현실인지 착각할 때가 있어요. 땀을 유난히 많이 흘리는 내게 자기 연습복과 신발까지 내주는 (김)규민이 형, 야간 자율 훈련에 매일 나와 챙겨 주는 V리그 최고 선수 (정)지석이 형이 너무 고마워요."

알렉스는 소속팀 경기를 지켜보면서 하루라도 팬들에게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고 싶은 간절함은 더욱 커져간다고 했다.

"얼마 전 인천 계양체육관에 꽉 들어찬 홈 팬들의 응원 소리를 들으면서 온몸에 전율이 일었어요. 바로 코트로 뛰어들고 싶을 정도로…. 제가 배구를 선택한 이상, 또 한국인이 되기로 한 이상 대한항공뿐 아니라 태극 마크를 달고 세계를 비상하는 한국 선수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