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

"인간은 가지고 있지만, 기계와 인공지능은 가지지 못한 능력은 무엇이 있나요?"

최근에 미래 기술이나 사회 변화를 논의하는 세미나에 가게 되면 자주 받는 질문이다. 이 질문을 청중에게 다시 물어보면, 다양한 답변이 나온다. 타고난 본능(instinct), 감정을 기반으로 한 예술가의 영감(inspiration), 사물들의 관계를 꿰뚫어보는 통찰력(insight) 등등. 흥미롭게도 이 모든 답변은 하나의 개념과 연결된다. 인간의 직관(intuition)이다. 직관은 의식적으로 생각하거나 추론하지 않고 판단하는 능력, 판단에 필요한 충분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판단하는 능력이다.

사람들은 흔히 인간의 지능이 이성적 사고에 기반한다고 믿는데, 사실 우리는 살면서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하고 선택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사랑에 빠질 때, 친구를 고를 때, 축구를 할 때, 쇼핑할 때 우리는 직관에 더 많이 의지한다고 독일 막스플랑크 인간발달연구소의 게르트 기거렌처 소장은 말한다. 이는 철학자 파스칼이 "가슴이 알고 있는 이유를 머리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한 바나, 헝가리 출신 과학자 폴라니가 "우리는 말로 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표현한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과도 연결되며, 프로이트와 융이 말하는 무의식의 영역과도 통한다.

현대 뇌과학과 심리학의 관점에서 인간의 '직관'은 어떠한 근거가 있을까? 기거렌처 박사가 쓴 책 '생각이 직관에 묻다'(추수밭)에 따르면 직관은 인간의 뇌가 오랜 진화를 거쳐오며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개발한 비밀 병기다. 살다 보면 이성적인 판단과 생각을 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이때 우리가 최대한 효율적으로 살아남기에 유리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직관이라는 능력이 발달했다는 것이다. 기거렌처 박사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이러한 직관의 합리성에 대해 증거를 제시하고, 사회의 다양한 부문에서 우리가 내려야 하는 판단과 선택에 직관이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설명한다.

삶에는 누구나 고민을 거듭하는 어려운 선택의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오래 고민하는 것보다는 나의 감을 믿고 빠르게 결정을 내리는 것이 더 유리할 때가 많다는 것이 메시지다. 만약에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한다면, 읽을지 말지 오래 고민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