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항공(JAL) 유아 좌석 표시 서비스. 유아 동반 탑승객이 JAL 홈페이지에서 선택한 좌석에 아기 모양 아이콘이 표시된다.

일본항공(JAL)이 항공업계 최초로 좌석 고를 때 유아가 있는 자리를 미리 알려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를 놓고 온·오프라인에서 찬반 논란이 뜨겁다.

JAL은 지난 9월 '생후 8일에서 만 2세 이하 유아와 탑승하는 승객이 JAL 홈페이지에서 좌석을 선택할 경우 선택한 좌석에 아기 모양 아이콘이 표시된다'고 발표했다. 이 아이콘을 보고 아이를 피해 자리를 고를 기회를 다른 탑승객들에게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이 서비스는 JAL의 일본 국내 취항 노선에만 제공되며, 유아 동반 승객이 직접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에만 적용된다. 단체·대행사를 통하거나 마일리지 등을 이용해 항공권을 구입할 경우 표시되지 않는다. 또한 운항 직전 항공기 기종이 바뀌면 제대로 표시되지 않을 수 있다고 JAL은 덧붙였다.

JAL이 세계 최초로 도입한 유아 좌석 표시 서비스를 많은 이가 환영했다. 국내 패션 업계에서 근무하는 여성 A씨는 "지난봄 유럽으로 출장 갈 때 비행기에서 잠시라도 눈을 붙이고 싶었지만 앞쪽 어딘가에서 아기가 울어대는 통에 자기는커녕 신경이 날카로워졌다"며 "어디에 아기가 앉는지 미리 알고 피할 수 있다면 너무 좋겠다"고 했다. 미국 뉴욕 기업인 라하트 아메드(Ahmed)는 트위터에 JAL 공식 계정을 태그하며 "13시간 비행하는 동안 아기들이 어디서 소리 지르고 울어댈지 경고해줘 고맙다"며 "이 서비스를 모든 항공사가 의무화해야 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른 네티즌들도 "좋은 아이디어다. 비행 중 아이 울음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 "좌석 선택 시 꼭 필요한 정보" "노키즈(no kids) 식당이 있듯 비행기도 노키즈 존이 필요하다"며 동조했다.

하지만 '차별을 조장하는 편협한 조치'라며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찮다. 일본에서는 어려서부터 남에게 '메이와쿠(迷惑)', 즉 폐를 끼치지 않도록 철저하게 교육하고, 어른이 되면 '메이와쿠 않기'를 무섭게 실천한다. 이러한 일본인에게는 이번 서비스 도입이 환영하거나 당연한 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일본 밖에서는 '과하다'는 반응도 많다. 초등학생 딸을 키우는 여성 B씨는 "딸이 아기 때 울어도 옆 좌석에서 내색하지 않거나 달래주고 놀아주는 분이 꽤 있었다"며 "굳이 이런 서비스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특히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용을 미덕으로 여기는 서구권에서 더 강한 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호주 ABC방송은 아예 기사 제목에 "매우 일본다운 옵션(very Japanese option)'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우리 모두 아기였던 시절이 있다. 이해하는 어른이 되자"거나 "관용을 배워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침흘리개, 방귀쟁이, 술꾼, 등받이를 뒤로 많이 젖히는 탑승객을 표시하는 좌석표까지 만들게 될지 모른다"며 반대하는 네티즌도 많다. "유아 성도착증 환자들이 악용할까 두렵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의견이 엇갈리나, 어린 자녀를 둔 부모 중에서도 찬성 쪽이 의외로 많다. 얼마 전 딸을 낳은 30대 여성 C씨는 "아이를 낳고 키운 중년 이상 여성 중에서는 아기를 재우거나 먹일 때 도와주시는 경우가 많더라"며 "유아 좌석 표시 서비스가 도입되면 아기를 좋아하고 도와줄 만한 분이 옆에 앉을 확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다섯 살, 일곱 살 두 아들을 키우는 40대 남성 D씨는 "비행기 탈 때마다 노려보거나 심지어 대놓고 짜증을 내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서 비행기 탈 때마다 바늘방석에 앉은 기분"이라며 "차라리 '그래요, 여기 아이 데리고 탔으니 알아서 피하세요'라고 미리 신고하고 맘 편하게 다니고 싶다"고 했다. 남매를 키우는 40대 여성 E씨는 "좌석 표시 서비스 도입에 적극 찬성할 뿐 아니라 표시 가능 연령을 초등학생대로 높이면 좋겠다"고 했다.

해외 항공사 중에는 초등학생 연령대 이하 아동이 앉을 수 없는 '콰이어트 존(quiet zone)'을 도입한 곳들이 있다. 말레이시아 국적 저비용 항공 에어아시아X는 2017년 항공기 좌석 여덟 줄을 10세 이하 아동은 앉지 못하는 콰이어트 존으로 지정했다. 인도 저비용 항공 인디고는 2016년 앞줄과 뒷줄 간격을 넓히고 12세 이하 어린이가 앉을 수 없는 콰이어트 존을 설치했다.

국내 항공사들은 어떨까. 한 대형 항공사 관계자는 "차별 논란이 생길 수 있어서 검토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다른 대형 항공사 관계자는 "운항 직전 항공기 기종이 바뀌는 경우가 꽤 많은데, 이럴 경우 컴플레인(항의)이나 심하게는 고소 위험도 있기 때문에 도입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