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수도권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시행 시기가 내년 2월로 미뤄졌다. 단속 대상 차량도 줄어든다. 단속 근거법의 개정 여부도 불투명해 정부의 미세 먼지 대책이 사실상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환경부는 26일 이 같은 내용의 '미세 먼지 계절 관리제' 첫 시행을 위한 세부 사항을 밝혔다. 이 대책은 오는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4개월간 시행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 기간에 수도권 지역에서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은 내년 2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또 당초 예정과 달리 전국 5등급 차량이 아닌 수도권에 등록된 5등급 차량만을 대상으로 삼는다. 금한승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은 "서울에 비해 인천과 경기도는 단속 장비가 갖춰지지 않았고, 국민의 정책 수용성을 고려할 때 순차적으로 시행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조치는 지난 9월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제안한 정책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당시 기후환경회의는 인구 50만 이상 도시에서 5등급 차량의 운행을 제한하자고 제안했다. 전국적으로 247만여대에 달하는 5등급 차량 가운데 생계형 차량이나 저공해 조치 신청·완료 차량을 뺀 114만대(5월 기준)가 운행 제한 대상이 될 것으로 추산됐다.

그런데 지난 1일 국무총리 주재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가 확정한 정책에선 단속 지역이 '인구 50만 이상 도시'가 '수도권'으로 줄어들었다. 26일 환경부 발표에서는 대상 차량도 '전체 5등급 차량'에서 '수도권 등록 5등급 차량'으로 더 축소됐다. 이럴 경우 수도권 등록 차량 75만대 중에서 생계형차량(21만대), 저공해 조치 완료 차량(18만대) 등을 제외한 28만여대만 단속 대상이 된다. 환경부는 "5등급 차량 운행 제한은 단속이나 과태료 부과가 목적이 아닌 저공해화를 유도해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단속 대상 차량 축소가 미세 먼지 대책 약화는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단속 대상이 28만여대로 크게 줄어들었지만, 이마저도 실제로 운행 제한이 될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단속 근거가 될 '미세 먼지 특별법' 개정안이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지난 8월 국회에 넘겨졌다. 하지만 아직 입법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

금한승 정책관은 "(정당에 따른) 쟁점이 없는 법으로, 국회만 열리면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법 통과를 전제로 수도권 3개 지자체에서 관련 조례를 준비하고 있어 시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수도권 지자체들은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시는 자체적으로 "시내의 사대문 안 5등급 차량 운행을 제한하는 '녹색교통지역'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하는 등 환경부보다 빠르게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반면 생계형 차량이 많은 경기도와 인천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는 개정안에 따른 조례도 발의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