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이어폰 최대 음량 60% 이하⋅하루 60분 정도까지로 권고

서울아산병원 제공

중학교 2학년 김모(15·여)양은 학교 수업을 듣는 시간 외 대부분 시간에 무선 이어폰을 장착하고 생활한다. 공부를 할 때, 잠을 잘 때도, 운동을 할 때, 길을 걸을 때도 이어폰을 끼고 산다. 그러던 중 김씨 어머니는 하루종일 무선 이어폰을 달고 사는 딸이 걱정돼 함께 병원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김양이 말을 걸어도 잘 못 알아듣거나, 집중도가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의사는 청력 검사를 한 뒤 김양에게 ‘중등도 난청’ 진단을 내렸다.

장시간 무선(블루투스) 이어폰이나 유선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거나, 영화 또는 유튜브를 시청해 난청을 호소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애플의 에어팟, 갤럭시 버즈 등 무선 이어폰 인기가 치솟으면서 무선 이어폰을 장착한 사람들이 많아졌다. 무선이어폰은 우리나라를 포함 세계적인 유행 아이템이 됐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세계 무선 이어폰 시장은 1억2000만대 규모이고, 내년에는 90% 증가한 2억3000만대까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장시간 소리에 노출되는 빈도가 늘다보니 청력 이상 증세를 겪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난청으로 인해 진료 받은 환자는 지난 2012년 27만7000명에서 2017년 34만9000명으로 연평균 4.8%씩 증가했다.

특히 스마트폰 세대인 10~20대 이어폰 사용이 늘어나면서 ‘소음성 난청’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서울대의대 오승하·홍윤철·이지혜·이동욱 연구팀이 중·고등학교 1학년 학생 2879명을 대상으로 청력검사와 이비인후과 검진, 설문조사를 한 결과 17.2%가 난청에 해당하는 것으로 진단됐다.

전문가들은 장시간 무선 이어폰을 장시간 큰 소리로 듣게 돼 소음성 난청으로 진단되면 영구적인 청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난청의 종류는 크게 외이도나 중이의 문제로 발생하는 전음성 난청과, 내이도나 신경의 문제로 발생하는 감각신경성 난청으로 나뉜다. 감각 신경성 난청은 소음에 오랜 시간 노출돼 야기되는 소음성 난청과 확실한 원인 없이 갑자기 발생하는 돌발성 난청으로 나뉜다. 이어폰 등을 장시간 착용해 문제가 발생한 경우 주로 소음성 난청에 해당된다.

소음성 난청은 단순히 큰 소리, 예를 들면 총성이나 폭발음과 같은 소리를 들었을 때만 생기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어느 정도 충분한 강도 소음에 일정기간 노출되면 누구나 생길 수 있다.

소음성 청력장애에 대한 감수성은 개인차가 심하다. 어떤 사람은 큰소리에 오랫동안 견딜 수 있으나, 어떤 사람은 똑같은 환경에서 급격하게 청력을 잃게 된다. 하루종일 이어폰을 끼고 큰 소리가 동반되는 음악을 듣거나 통화를 할 경우에도 청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준은 어떻게 될까. 일상생활에서 노출되는 소음은 평균 75데시벨(dB·소리의 단위) 이하다. 장시간 노출되도 크게 문제는 없다. 하지만 통상 80데시벨을 넘기면 소음에 해당되며 장시간 노출될 경우 귀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대중교통 수단인 지하철이나 버스가 지나갈 때는 평균 80데시벨로 측정된다. 청각에 심각한 무리가 될 정도인 제트 엔진 소음의 경우 약 150데시벨까지 측정된다.

여승근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어폰을 끼고 지하철이나 버스 등을 타면 주변 소음 기준인 80데시벨 이상의 크기로 음악을 들을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85데시벨 이상, 매일 8시간씩 소음에 노출될 경우 청력에 무리가 간다"고 말했다. 이어 "조용한 장소에서는 음악을 들어도 크게 무리가 없지만 공공장소에서는 소음이 커져 음악을 더 크게 들을 수도 있다"면서 "85 데시벨 이하로 소음을 낮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폰 장시간 사용으로 인해 소음성 난청이 발생하는 경우 고음역 난청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강우석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보통 난청이 온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난청이 심해지면 조용한 곳에서는 대화하는데 지장이 없으나 소음이 있는 백화점, 음식점 등에서 대화의 어려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때는 난청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장시간 이어폰 사용 등으로 인해 소음성 난청이 발생하면 최초 증상은 조용한 곳에서 이명증(귀울림)이 발생하는 것부터 보통 시작된다. 이명은 주위에서 소리 자극이 없는데도 본인만 소리를 듣는 경우를 말한다. 이명은 서서히 진행되는 난청과 함께 발생하기 때문에 달팽이관과 청각계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강 교수는 "이미 소음에 많이 노출돼 있어 이명증이 있는 경우 난청이 생겼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주파수 난청 발생도 주의해야 한다. 시끄러운 환경에서 웅얼거리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다. 이것은 고주파 음역에서 청력소실이다. 이는 다른 소리는 제대로 들리지만 일부 특정 발음이나 일정 이상의 높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고주파수 대역은 자음 중 ‘ㅅ’, ‘ㅆ’, ‘ㅎ’, ‘ㅋ’ 등이 해당한다. 일례로 ‘사회’, ‘학교’ 같은 단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다.

골전도 무선 이어폰도 장시간 사용할 경우 주의해야 한다. 골전도 이어폰은 귓속에 이어폰을 넣는 것이 아니라 귀와 광대뼈 사이에 유닛을 대면 뼈를 타고 음악이 귀에 들린다. 소리 진동을 이용한 방식으로 귀에 직접 삽입하지 않기 때문에 외부 소리가 잘 들리는 장점이 있다.

여승근 교수는 "골전도 이어폰은 뼈를 통해 소리가 전달된다는 것만 다를 뿐"이라면서 "결국 장시간 지속적으로 무리하게 사용할 경우 달팽이관이 망가지면서 감각 신경에 문제가 생겨 청력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폰 장시간 사용으로 청력에 이상이 생기면 두통, 짜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강우석 교수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면서 불안, 초조, 짜증 스트레스 발생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예방은 어떻게 해야 할까. 소음에 지속 노출이 된 후에는 충분한 시간 동안 소음을 피해야 한다. 우선 안정과 함께 시끄러운 환경에서 벗어나야 한다. 심한 난청 시에는 보청기 사용과 훈련이 필요하다. 일시적 청각의 피로는 2~3일 휴식으로 낫는다. 장시간 이어폰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주기적 청력 검사로 소음성 난청을 조기에 발견해 더 이상의 손상을 예방해야 한다. 소음성 난청에 대한 상담과 교육도 필요하다.

소음 기준도 준수해야 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일반적으로 이어폰 소리를 최대 음량의 60% 이하로 하루 60분 정도만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소음성 난청이 발생하면 스테로이드 치료가 우선이다. 여 교수는 "청력 검사를 통해 난청으로 진단되면 바로 스테로이드 약물 치료에 들어간다"면서 "심한 경우 청력 손상을 더 이상 막기 위해 4~6개월 입원 치료를 하기도 한다. 충분한 휴식과, 소음 노출 방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트레스와 과로를 피해야 한다. 술, 담배, 커피 등 신경을 자극할 수 있는 음식이나 기호식품도 자제해야 한다.

무리한 이어폰 사용으로 인해 청력소실은 보통 여러 해에 걸쳐 서서히 일어난다. 강 교수는 "오랜 시간에 걸쳐 청력이 악화되기 때문에 이를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이어폰 이용 등으로 인해 10대 시절부터 귀 손상 받는 경우가 많아진다면 20~30년 후 한참 사회생활을 해야 할 나이에 많은 사람들이 난청으로 고생하게 될 것으로 예측되며 이는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