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7일 "문재인 정권 심판의 최선봉에 서겠다"며 4·15 총선 서울 종로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야권 통합과 인적 쇄신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은 한국당과 통합 논의를 위해 황 대표에게 단독 회동을 제의했다. 황 대표 측도 이날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유 의원은 황 대표의 종로 출마를 보면서 통합할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와 유 의원은 이르면 8일 만나 '통합 신당'에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황·유 '통합 신당' 합의할 듯

황 대표는 '통합'을 종로 출마 결단의 이유로 꼽았다. 그는 "자유 우파의 대통합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저의 어떤 행보가 통합에 도움이 될 수 있겠나 고려했고, 제가 이제 나서야 할 때라고 판단해서 국민께 종로 출마를 보고드렸다"고 했다. '문재인 정권 심판'을 내걸고 문재인 정권의 초대 국무총리였던 이낙연 전 총리와 맞붙는 모습을 통해 새보수당에도 통합 결단을 촉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7일 4·15 총선 서울 종로 출마 선언을 위해 영등포 당사에 들어서고 있다. 황 대표는 "종로는 문재인 정권 심판을 위한 약속의 땅"이라며 "종로에서 반드시 이기겠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새보수당 유승민 의원이 지난 6일 황 대표에게 문자 메시지로 만남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 측도 이날 "못 만날 이유가 없다"며 "한 번 만나서 안 되면 두 번, 세 번 만나 이견을 좁히고 통합을 이뤄내자는 게 황 대표의 생각"이라고 했다. 이에 황 대표와 유 의원은 이르면 8일 회동을 갖고 통합 신당에 뜻을 모을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당대당 합당을 한 뒤, 곧바로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통합 작업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은 이날 황 대표의 종로 출마를 계기로, 선거 연대 카드를 접고 통합을 위한 마지막 담판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보수당 관계자는 "황 대표가 문재인 정권을 상대로 결전을 선포하면서 종로 출마를 결단한 만큼 새보수당도 힘을 보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했다. 한국당과 새보수당은 비공개로 통합 협상을 해왔다. 유 의원은 그간 "실무진 비공개 협상이 마무리되면 황 대표를 직접 만날 생각"이라고 해왔다. 앞서 유 의원은 이번 주 초 황 대표 측에 통합 대신 선거 연대를 제안했지만, 황 대표는 "통합 외길뿐"이라며 거부했다고 한다. 새보수당 내부에서도 선거 연대보다는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황교안 "지도자급 앞장서야"

황 대표는 이날 출마 선언을 하면서 "우리가 죽어야, 내가 먼저 죽어야 우리가 살 수 있다"며 "우리 당의 중진 의원들도 저와 생각이 같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황 대표는 "나라가 어렵고 당이 어렵다"며 "이럴 때일수록 대표급 또 지도자급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고향인 경남 출마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김태호 전 의원이 수도권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황 대표는 이날 출마를 결정하기 직전까지 공천위와 당 안팎의 압박을 받아왔다. 그러나 장고(長考) 끝에 이날 출마 선언을 하면서 공천위의 혁신 공천과 인적 쇄신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공천위는 10일 회의에서 대표급 중진의 험지 전략 공천을 발표할 예정이다.

황 대표는 이 전 총리와 벌이는 대결을 계기로 '문재인 정권 심판론'을 펴면서 보수 결집 효과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황 대표는 이날 "종로 선거는 (이 전 총리와) 개인 후보 간 대결이 아니다"라면서 "나라 망친 문재인 정권과 미래 세대의 결전이기 때문에 당당히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황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중 '이낙연'이란 이름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천 길 낭떠러지에 선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나 하나 죽어 당과 나라를 살릴 수 있다면 백 번이라도 결단을 이미 했을 것"이라고 했다. "결정 과정은 신중했지만 한 번 결정된 이상 황소처럼 끝까지 나아가겠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