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우한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한국인 입국을 사실상 전면 거부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한국과 중국으로부터 입국하는 전원을 2주간 격리한 뒤 입국 허가를 내준다는 것이다. 일본은 불매운동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나라다. 이런 나라가 한국 보이콧에 동참했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도쿄올림픽 성공에 집착하다 초기 방역에 실패한 일본이 한국에 먼저 빗장을 걸어 잠그는 것은 심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감염원을 차단하겠다는 것을 뭐랄 수도 없다. 이에 앞서 호주도 14일 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입국을 일주일간 금지하고 이후 갱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세계 각국의 한국인 입국 금지에 대해 "방역 능력이 없는 국가의 투박한 조치"라고 했는데, 선진국들이 이 대열에 동참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방역 문제는 각 나라의 주권 사항이지만, 외교 당국이 사전에 긴밀하게 움직였다면 과잉 조치를 막고 국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우왕좌왕하며 부실·뒷북 대응으로 일관하다 사태를 키웠다. 이스라엘, 모리셔스 등은 사전 예고도 없이 한국인 입국을 금지해 우리 국민들이 현지 공항에서 사실상 감금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강경화 장관이 베트남 부총리에게 전화로 입국 중단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 바로 다음 날 베트남은 한국발 항공기 착륙을 막았다. 일본 입국제한 조치도 일본 언론에 보도될 때까지 정부는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 한국발 입국을 금지하거나 절차를 강화한 국가·지역은 100여곳에 달한다. 전 세계 절반이 넘는다. 두 달 전만 해도 한국은 189국에 사전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정반대로 우리가 기피 대상이 됐다. 미국도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등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적절한 때 (여행 차단 조치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우리 안보·무역의 근간인 미국까지 한국인의 입국을 막을 경우 그 피해는 상상하기 어렵다. 중국 눈치 보느라 우리만 방역 문을 열어놨다가 전 세계에서 고립무원 신세가 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참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