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3점식 안전벨트, 1990년대 커튼식 에어백과 측면 충격 보호 에어백, 2008년 저속에서 장애물을 만나면 차를 멈추는 시티 세이프티 기능. 모두 스웨덴의 자동차 제조사 볼보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안전 기술이다. 현재까지 볼보자동차가 만든 세계 최초 안전 기술은 총 25개. 대형 자동차 제조사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인 볼보가 안전 관련 기술에서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볼보자동차는 1927년 창업 이후 '탑승자와 보행자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안전 관련 기술 혁신에 집중해왔다. 춥고 눈이 많이 오는 스웨덴의 날씨와 열악한 도로 사정을 견디기 위해서는 안전하고 튼튼한 차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볼보는 안전 관련 기술만큼은 적극적으로 투자했고, 안전 관련 기술과 장비는 옵션이 아닌 기본 사양으로 넣었다.

볼보자동차가 지난해 8월 국내 출시한 프리미엄 세단 S60. 볼보는 S60과 주력 SUV XC60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한국 진출 최초로 1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세계 최초 3점식 안전벨트 특허권 포기

현재 대부분의 차에서 볼 수 있는 3점식 안전벨트는 어깨를 대각선 방향으로 가로질러 상체 전체를 지지해주고, 허리를 감싸준다. 하지만 볼보가 3점식 안전벨트를 만들기 전인 1900년대 초반에는 허리만 지지해주는 2점식 안전벨트가 쓰였다. 하지만 2점식 안전벨트는 충돌 사고가 나면 벨트 버클이 탑승자의 장기에 충격을 주는 문제가 있었다.

볼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항공기 조종사 안전장치를 개발하던 닐스 볼린을 엔지니어로 영입하고, 새로운 방식의 안전벨트 개발에 나섰다. 1년 뒤 볼보는 탑승자가 한 손으로 쉽게 맬 수 있으면서 2점식 벨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3점식 안전벨트를 개발, 1959년 판매 차량에 기본 옵션으로 적용했다. 볼보는 1963년 미국 등 전 세계 국가에 판매되는 모든 볼보 차에 3점식 안전벨트를 탑재했고, 아예 3점식 벨트에 대한 특허권을 포기해 다른 업체들이 마음껏 3점식 안전벨트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업계에선 '3점식 안전벨트가 전 세계 수백만 명을 구했다'는 말이 나왔다.

볼보가 개발한 3점식 안전벨트.

50년 동안 4만건 이상 교통사고 분석해 시티 세이프티 개발

볼보자동차는 1970년부터 별도의 교통사고 조사팀을 자체적으로 꾸리고 실제 사고 현장을 찾아가 도로 및 교통 상황, 사건 발생 시각 및 충돌 원인, 피해 등을 기록해 연구하고 있다. 누적 데이터는 7만2000명 이상의 탑승자와 관련된 4만3000건 이상의 사고에 달한다. 이 팀이 총 3만6000여 건의 교통사고 사례를 분석한 결과, 도로 위 전체 추돌 사고의 75%가 저속에서 발생하고 50% 이상의 운전자는 추돌 전에 전혀 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볼보는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추돌 사고를 방지하는 '시티 세이프티' 기술을 2008년 개발했다.

시티 세이프티는 카메라와 레이더를 이용해 전방에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차를 긴급 제동해주는 시스템이다. 시속 30㎞ 이하 주행 상황에서 보행자를 비롯한 장애물이 전방에 나타났을 때 차를 자동으로 제동해준다. 볼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차가 고속으로 달릴 경우에도 추돌을 방지해주는 기술도 개발했다. 시속 50~100㎞로 달리는 차 앞에 갑작스럽게 물체가 나타나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차체를 조향해 충돌을 피해 나가도록 하는 기술이다. 볼보는 2020년까지 볼보자동차 탑승객이 중상해를 입거나 사망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기술을 개발·적용하고 있다. 이 밖에 볼보 차에는 차선 이탈을 방지하도록 조향을 돕는 '도로 이탈 완화 기능', 운전자가 차선을 넘어 주행하는 중 충돌 위험이 감지되면 조향을 지원해주는 '반대 차선 접근 차량 충돌 회피 기능',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물을 사이드미러 안 경고등을 통해 알려주는 '조향 지원 적용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 등이 적용됐다.

안전 관련 지식과 기술도 공유

볼보자동차는 교통안전 관련 정보·지식을 사회와 공유하는 '프로젝트 E.V.A.'를 지난해 3월 발표했다. 실제 사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볼보가 축적해온 연구 결과를 업계는 물론 대중에게까지 공개하는 디지털 라이브러리를 열었다. 볼보자동차의 자체 연구, 실제 교통사고 현장에서 수집한 데이터와 충돌 시험용 인체 모형을 통해 쌓아온 충돌 테스트 결과 자료를 공개한 것이다.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는 "탑승객과 보행자 모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