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대로 낮추고 정부가 11조원 추경을 편성해 위기 대응에 나섰지만 금융시장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파격적 금리 인하 다음 날인 17일에도 외국인 투자가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1조원어치 주식을 투매해 '셀 코리아(한국 금융자산 매각)' 행진을 이어갔다. 그 여파로 이날 원·달러 환율은 17.5원 급등해 10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외국인은 지난달 3조200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는 등 자금 회수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 경제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는 뜻이다.

코로나 충격으로 글로벌 경제는 생존을 건 버티기 국면에 돌입했다. 허약한 나라부터 먼저 무너지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생존 게임에서 한국 경제는 다른 나라보다 열악한 상황에 놓인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 사태 전부터 한국 경제는 이미 경쟁력 약화와 만성적 저성장에 허덕이고 있었다. 2년 동안의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정작 위기를 맞은 지금 국고가 허약해져 있다. 이미 60조원의 빚을 지게 된 상황에서 추경으로 또 10조원의 빚을 내야 한다. 이는 코로나 사태와는 다른 국가적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비상경제회의에서 특단의 대책으로 강력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했다. 대통령의 이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상식으로는 지금 시점에서 우리 경제가 채택할 비상한 특단 대책은 우리 경제의 체력을 갉아먹어온 정부의 기존 정책을 전면 수정해 새로운 희망의 바람을 불어넣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정부가 '재난기본소득'과 같은 대규모 세금 살포를 '특단의 대책'으로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예상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