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상공인과 기업 도산을 막겠다며 50조원 규모 금융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대출 현장에선 큰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수많은 소상공인이 정부 약속을 믿고 대출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해 빈손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례가 전국에서 속출하고 있다. 자금난에 몰린 기업인들은 숨이 넘어갈 지경인데 대출 심사는 까다롭고 느려 터져 고성이 오가고 말다툼이 빚어져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혼선은 생색부터 내고 보려는 정부의 성급한 발표와 준비 부족에서 비롯됐다. 물량 확보도 없이 판매 발표부터 해 국민 분노를 샀던 마스크 대란 같은 사태가 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시행하면서 "3일 이내 대출"과 "원스톱 서비스"를 장담했다. 하지만 은행과 보증기관이 매기는 신용등급이 제각각인 데다 은행마다 대출 조건에 차이가 있어 헛걸음하기 일쑤다. 전국 대출 창구마다 새벽 2시부터 수십명, 수백명이 줄을 섰지만 상담 인력 부족으로 많은 사람이 상담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일부 기관에선 온라인 신청을 받던 중 서버가 다운됐다. 제출 서류도 개인은 8개, 법인은 15개나 될 정도로 까다롭다. 하루가 급한 폐업 위기의 소상공인들로서는 속 터지는 일이다.

1400만 가구에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씩 주겠다는 9조원 긴급재난지원금은 발표 후 사흘이 지났는데도 소득 기준을 따지는 방식조차 정해지지 않고 있다. 부처 간에 의견이 다르다고 한다. 정부 내 조율조차 없이 덜컥 발표부터 한 것이다. 코로나 사태라고 해서 마구잡이로 대출하거나 지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부가 수조, 수십조를 쓰는 대책을 발표할 때는 세부 지침과 통일된 기준을 확립한 다음에 해야 한다. 발표가 먼저고 기준은 다음이면 국민을 더 힘들게 한다. 이러니 지원용이 아니라 총선용이라는 소리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