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일 저녁 8시(한국 시각) 중국 최대 커뮤니티형 전자상거래 사이트 ‘샤오홍슈’. 300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중국 유명 왕훙(크리에이터 겸 인플루언서) 한승호(Leo Beauty)가 신세계인터내셔널의 한방 화장품 ‘연작’을 판매하는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방송 시작과 동시에 4800명이 접속했고 연작의 메인 제품인 전초 3종 세트는 방송 3분만에, 백년초 수분 토너와 크림 세트는 10분만에 매진됐다. 당초 4시간동안 판매 예정이던 물량은 1시간 반 만에 모두 팔려나갔다.

이날 ‘라방’(라이브 방송)으로 팔린 화장품은 총 93만 위안(약 1억 5000만원)어치에 달한다. 그동안 샤오홍슈 라이브 판매 방송을 진행했던 랑콤, 슈에무라, 로레알 등 글로벌 유명 화장품 브랜드를 제치고, 단일 라이브 방송 사상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한 것이다. 신세계인터내셔널 관계자는 “현지에서 추가 구매 요청이 쇄도해 지난달 28일 한차례 방송을 더 진행했다”고 말했다.


◇중국 온라인 공략하는 K뷰티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울상인 국내 화장품 업계가 중국 온라인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중국 뷰티 시장의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주링허우'(1990년 이후 출생) '주우허우'(1995년 이후 출생)세대를 사로잡는 동시에 코로나 사태로 떠오른 언택트(비대면) 소비문화를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2월 샤오홍슈를 통해 중국 온라인 시장에 처음 진출한 신세계인터내셔널 연작은 올 상반기 내 중국 내 주요 온라인몰에 7개 매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연작은 이달 중순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사이트 징둥닷컴에 입점하고, 티몰 글로벌에도 자체 브랜드관을 오픈할 예정이다. 신세계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중국 밀레니얼을 겨냥한 왕훙 마케팅과 유통망 확장을 통해 중국 내 K-뷰티 브랜드로 입지를 확고히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브이티지엠피의 화장품 사업 부문 브랜드 ‘브이티코스메틱’도 중국에서 온라인몰 판매와 마케팅에 주력한 결과 올 1분기 분기별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8일 왕홍 신유지의 라이브 방송을 통해 선보인 이 회사의 신제품 ‘프로그로스 라인’ 마스크팩은 30만 세트가 팔려나갔다.


◇중국 뷰티 '큰 손' 주링허우·주우허우 잡아라
K-뷰티가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고 있는 배경에는 중국 화장품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주링허우(90년이후 출생)와 주우허우(95년 이후 출생)가 있다. 중국의 Z세대에 해당하는 주링허우와 주우허우는 약 2억500만명으로, 중국 화장품 소비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산업전망연구원에 따르면, 특히 주우허우의 뷰티 관련 소비는 2018년 347% 성장하면서 3년 연속 세자릿수 성장을 하고 있다. 주링허우, 주우허우가 주로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온라인 시장을 통해 화장품을 구매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이들을 잡기 위해서 온라인 채널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뚫고 대중 한국 화장품 수출 49% 증가
온라인 판로는 코로나 사태로 면세점·백화점 판매가 부진한 상황에서 K-뷰티의 선전을 이끈 구원투수로도 평가받고 있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화장품 수출액(3억1276만달러)은 1년 전보다는 49%, 전달보다는 63% 증가했다. 중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지난 2월 정점을 찍으면서 3월에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국내 화장품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LG생활건강의 ‘후’나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등 대기업의 고가 화장품보다는 중소기업 제품 위주로 온라인 판매가 늘어난 영향으로 본다. 대기업들의 경우 수년전부터 중국 주요 온라인몰에 입점한 상태지만 현재까지 주로 면세점·백화점 등 오프라인에서의 판매 의존도가 높다. 실제 한 대기업 관계자는 “중국 온라인을 통한 자사 상품의 판매가 두드러지게 증가하진 않았다”며 “코로나 여파로 전체적으로 매출이 멈춰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직격타를 맞은 대기업들이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앞으로 중국 내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