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석 거대 여당은 개헌을 빼고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더 이상 남 탓, 야당 탓을 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위기에 빠진 경제를 어떻게 추스르고 얼마나 빨리 회복시키느냐도 순전히 정부와 여당의 실력에 달려 있다. 현재 경제가 성장 둔화, 일자리 감소, 수출 14개월 연속 마이너스, 투자 2년 연속 마이너스 등의 기저 질환에 빠져들었고, 그 위에 코로나 위기가 덮쳐왔다. 20여 년 전 외환 위기 때는 세계 경제가 호황기여서 바로 반등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전 세계가 위기에 몰린 상황이어서 자체 복원력을 갖추지 않으면 위기 돌파가 어렵다.

여당이 압도적 의석을 확보한 것은 각종 이해관계에 막혀 있던 개혁 과제를 풀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선진국 사례를 보면 좌파 정부에서 노동 개혁이 추진된 경우가 많았다. 좌파는 노동계와 대화가 더 잘 통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문 정부는 귀족 노조의 이기주의를 방관하며 노동 개혁을 국정 과제에서 아예 실종시켰다. 오히려 앞 정부가 어렵사리 뚫어놓은 공공기관 성과 연봉제를 폐기하고, 저성과자 해고와 임금피크제 요건 완화도 백지화하는 등 개혁을 후퇴시켰다. 진보 경제학자 출신 산업은행 회장마저 강성 노조가 주도하는 고임금 구조를 지적하며 "이러다 대한민국은 망한다"고 할 지경이 됐다. 여당의 힘이 한껏 고조된 지금이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노사정 대화를 이끌어내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완화하고 직무급 위주로 바꾸는 임금체계 개혁도 물꼬를 터야 한다.

기업이 활력을 회복하려면 낡은 규제들을 제거해줘야 한다. 문 정부는 혁신 성장을 말하면서도 혁신을 이루기 위한 규제 개혁엔 소극적인 자세였다. 중국 등에서 꽃을 피운 원격진료를 원천 금지하고 있다가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한시적으로 풀어준 것이 고작이다. '타다' 사태에서 보듯 공유차량 산업도 규제에 발목을 잡혀 한 발도 못 나가고 있다. 한국산 코로나 진단 키트가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됐지만, 치매·희소암 등의 유전자 검사 관련 산업은 이중 삼중 규제 탓에 꼼짝달싹 못 하고 있다.

문 정부는 규제 개혁을 반대하는 이익 단체를 설득하는 데 유리한 입장에 있다. 국민이 준 이 막강한 힘을 규제 혁신과 노동 개혁에 쏟아부을 수만 있다면 경제도 살아나고 정부도 성공할 수 있다. 그것이 총선 지지층에 대한 보답의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