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하기로 한 긴급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급'을 관철하려 연일 기획재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재정 압박 때문에 '70% 지급'을 고수하는 기재부를 향해 민주당 당직자들이 나서 "기재부가 정치를 하는 것"이라며 공격하고 있다. 기재부가 무슨 정치를 한다는 것인지 영문을 모르겠다. 코로나 사태로 피해 본 취약층을 '긴급' 구조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추진한 긴급재난지원금이 정책 발표 후 3주일이 지나도록 오락가락하고 있다.

정부안대로 국민 70%에게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을 주려면 9조7000억원이 든다. 기재부는 국방 예산, 공무원 인건비 등을 삭감하고 정부 보유 기금에서 4조원을 끌어 와 중앙정부 부담액 7조6000억원을 마련했다. 이를 전 국민으로 확대하려면 3조3000억원이 더 필요한데 결국 적자 국채를 찍어 충당할 수밖에 없다. 기재부가 못 하겠다고 하자 민주당 내에서는 '4인 가구 100만원'을 '80만원'으로 낮춰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재난 지원금이 아니라 선거용 포퓰리즘이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

이 혼란은 정부와 여당이 명확한 원칙 없이 국민을 '70대30'으로 나눠 현금 뿌리기 정책을 총선 전에 내놓은 탓이 가장 크다. 애초 기재부는 복지 서비스 선별 기준이 되는 중위 소득 기준으로 '하위 50%' 지원안을 짰는데, 민주당 압박에 못 이겨 '70% 지급'으로 확대한 게 혼란의 시작이었다. 왜 하필 70%를 기준으로 잘랐는지 설명도 하지 않는다. 소득 하위 70%까지는 지원이 필요하고 71%부터는 지원이 필요 없다고 주장할 근거도 빈약하다.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기준으로 삼겠다고 발표하자 재산까지 포함해 산정하는 지역 가입자들이 불만을 터트리고, 세금 꼬박꼬박 내면서 배제된 상위 30%에서도 원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민주당이 총선 공약으로 '전 국민 지급'을 내걸고, 야당까지 뒤늦게 가세했다. '긴급'하지 않은 사람들, '재난' 피해자도 아닌 사람들에게 지급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이란 것이 대체 뭔가.

돈 주고 표를 사겠다는 정치권의 매표(買票) 경쟁이 곳간 열어 펑펑 쓰자는 포퓰리즘의 '판도라 상자'를 열었다. 1인당 1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 시작한 경기도에선 '마스크 대란'을 방불케 하는 혼선이 벌어졌다. 사회적 거리 두기 와중에서도 각 주민센터 등에는 지원금을 신청하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쳤고, 신청 요일을 착각해 헛걸음한 사람들이 곳곳에서 창구 공무원에게 언성을 높였다고 한다. 한번 현금 맛을 본 국민의 요구는 갈수록 커질 것이다.

처음부터 정부와 여당이 한정된 재원으로 코로나 피해가 심각한 계층·업종부터 살리겠다고 원칙을 정하고 거기에 행정력과 재원을 집중했다면 이런 혼란은 없었을 것이다. 일자리가 대량으로 사라지는 고용 대란이 시작되고, '매출 제로 자영업자' '매출 반 토막 기업'이 속출하는 가운데 코로나 불황이 얼마나 길어질지 모른다. 피해가 극심한 계층과 산업에는 정부의 신속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아우성인데 소모적 논란과 행정력 낭비가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소득 하위 30%, 40%, 50% 계층에게 단계적으로 9조7000억원을 신속하게 집중 지원하고 나머지 국민에게는 이해를 구하는 것이 옳다. 야당도 반대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