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폭락장 속에 달아오르기 시작한 개미(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열기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달에는 코스피가 2주 만에 30%가 넘게 빠지자 '싼값'에 주식을 사려는 이들이 대거 시장에 몰렸다. 하지만 코스피 지수가 지난달 저점 대비 30%가량 반등한 최근에도 개미들은 '빚'까지 늘려가며 주식을 사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분위기에 취해 무리하게 주식을 사들였다가는 막대한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다시 8조원대로 늘어난 '빚투'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국내 증시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8조5221억원(코스피 4조1790억원, 코스닥 4조3431억원)이다. 신용융자는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돈이다.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는 지난달 말부터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달 초 10조원을 넘었던 빚투 규모는 중순 이후 줄어들기 시작해 지난달 23일에는 6조원대로 떨어졌다. 빚투 규모가 줄어든 이유는 코스피가 지난달 5일부터 19일까지 2주간 30.1%나 하락하면서 '반대매매'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반대매매는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린 투자자의 주식을 증권사가 담보로 잡고 있다가 투자자가 돈을 갚지 못하면, 증권사가 임의로 주식을 시장에 파는 것을 말한다. 그러다 지난달 24일을 기점으로 코스피가 상승 가도를 달리면서 빚투 규모는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빚투 규모는 지난 16일 한 달여 만에 8조원을 넘어섰고, 조만간 9조원을 돌파할 기세다.

◇증시 대기 자금은 45조원 돌파

증시 대기 자금으로 통하는 '투자자 예탁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예탁금은 45조2051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24일 사상 처음 40조원을 돌파한 이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예탁금에는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둔 돈 외에도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자금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늘어난 예탁금 중에는 최근 주가 상승으로 차익 실현에 성공한 자금이 포함돼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시장에 재투자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증권사 관계자는 "보통 주식을 판 돈을 다른 데 쓰려는 사람은 바로 인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예탁금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주식 매수를 위한 자금이 불어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상승세 계속되기 어려워"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어느덧 1910선을 회복한 만큼 앞으로도 지난 한 달여간 보여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2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98% 오른 1914.73에 마감했다. 지난달 23일 1482.46까지 떨어졌던 코스피는 한 달 만에 29.2%나 상승했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현 주가 수준을 봤을 때 앞으로 1~2주는 상승보다는 속도 조절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1분기 기업 실적과 경제 지표들이 어느 정도 선방하고,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 확산이 빠르게 진정되는 모습이 나와야 이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개미들 중에는 앞으로도 계속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주식을 빌려 파는 '신용거래대주 잔액'이 최근 빠르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주 거래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들이 기관투자자 등이 가진 주식을 빌려 팔고, 주가가 내리면 되사서 주식을 갚고 차액을 얻는 투자 방법이다. 지난 22일 기준 신용거래대주 잔액은 43억원으로 지난달 9일(241억원)의 20%수준으로 줄었다. 최근 급등해온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현재 증권가의 기업 이익 전망치는 너무 낙관적"이라며 "지난달 주식이 쌀 때 우량주를 산 것은 개미들이 잘한 것이지만 조만간 또 한 번의 패닉이 왔을 때 큰 손해를 보고 주식을 파는 것은 아닐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