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지원금의 '소득 하위 70% 지급'과 '전 국민 지급'을 놓고 정부와 여당이 옥신각신하더니 '고소득층의 자발적 기부'를 전제로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4인 가구 기준 최대 100만원의 지원금을 일단 줄 테니 돈 많은 사람은 알아서 반납하라는 것이다. 그래 놓고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제 모든 것은 야당 손에 달렸다"며 공을 야당에 넘겼다. 범여권 의석이 절반을 훨씬 넘는데 '야당 손에 달렸다'는 것은 무슨 소린가. 야당이 반대하면 '야당 탓'을, 기부 금액이 적으면 '고소득층 탓'을 하겠다는 얘기다.

긴급재난지원금은 기획재정부가 설계한 원안대로 '소득 하위 50%' 가구에 신속 지원하겠다고 했으면 아무 문제도 없었을 정책이다. 기존의 모든 복지 서비스가 하위 50%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기준 삼으면 즉각적인 대상 선정과 지급이 가능하다. 하지만 총선용 매표(買票)를 위해 대상을 70%로 확대하면서 혼란이 시작됐다.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들과 70% 언저리 계층의 불만이 쏟아지자 민주당은 '전 국민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어 선거에 활용했다. 선거 연설에서 "우리 당 후보를 당선시켜주면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주겠다"는 말도 했다. 그래 놓고 3조여원의 추가 재원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고소득층은 알아서 기부하라고 한다.

경기 부양 목적이라 국민 100%에게 지급이 옳다고 하더니 이제는 "고소득층은 스스로 반납하라"고 한다. 반납하면 어떻게 경기 부양이 되나. 기부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예상도 불가능하다. 자신이 고소득층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국가 재정 집행을 이렇게 불확실하게 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

잘못하면 '자발적 기부'라고 하면서 사람들을 향해 유형무형의 온갖 압박이 쏟아질 가능성도 있다. 30% 소득 상위층은 전체 근로소득세의 95%를 부담하고 있다. 전 국민에게 나눠준다는 지원금은 이들이 부담한 부분이 가장 많다. 이들은 재난지원금을 달라고 한 적도 없다. 그런데 세금을 낸 사람들에게 '도덕적 책무'까지 시험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올바른 정부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