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44)씨는 지난달부터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에 동참하면서 주말 가족 외식을 중단했다. 대신 가까운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와 아이들에게 구워준다. 쌈야채나 아이들 간식도 평소 가던 대형마트 대신 아파트 근처 '동네 수퍼'에서 해결하고 있다. 김씨는 "웬만한 건 인터넷으로 주문하지만 그때그때 먹을 것은 집 근처 수퍼마켓에서 얼른 사온다"며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요즘엔 오래된 창틀이나 고장 난 문고리 같은 게 눈에 들어와 고치고 있다"고 했다.

지난 한 달간 시행된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의 영향으로 김씨와 같이 집 근처 동네 상점을 찾는 '홈 어라운드(Home-around·집 근처) 소비'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카드를 이용한 횟수는 전반적으로 줄었지만, 집 주변 1㎞ 근처 가맹점에서만 카드 이용 건수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19일까지 4주간 고객 10만명의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특징을 발견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기간 오프라인 가맹점 카드 결제 건수는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6.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집 주소로부터 반경 500m 이내인 가맹점에서 결제한 건수는 8.0% 증가했다. 500m~1㎞ 근처 가맹점도 전년 대비 0.4% 늘었다. 반면 집과의 거리가 1~3㎞ 떨어져 있거나, 3㎞보다 먼 경우 결제 건수는 각각 9.1%, 12.6% 줄었다. 롯데카드는 "고객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면서 쇼핑의 범위도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반경 1㎞ 이내로 줄었다"며 "외출을 자제하고 인터넷 쇼핑과 동네 상점에서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홈 어라운드 쇼핑' 성향은 출근이나 출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주말엔 더 두드러졌다. 평일 집 근처 500m 내에서의 소비는 전년 대비 7.7% 증가했지만, 주말은 9.5% 증가했다. 3㎞ 넘게 떨어진 가맹점의 소비 감소폭도 평일(-9.1%)보다 주말(-19.8%)이 훨씬 컸다. 주말 내내 집 주변을 벗어나지 않은 사람이 많았던 셈이다. 덕분에 주택가 인근에서 식자재나 생필품을 파는 중소형 동네 수퍼마켓, 편의점 등의 결제 건수가 작년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집에서 1㎞ 이내에 있는 인테리어 가게나 꽃집, 자전거 판매·수리점 결제 건수도 증가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집을 꾸미고 수리하려는 수요가 늘어났다"며 "자전거의 경우 답답해하는 아이들을 위해 자전거를 사주거나 수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면서, 외출 자제 성향은 처음 1~2주(3월 23일~4월 5일)보다 3~4주(4월 6일~4월 19일) 차에 더 자리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오프라인 가맹점 결제 건수는 첫 2주 동안 전년 동기 대비 5.3% 떨어졌지만, 3~4주 차엔 8.5%나 감소했다. 사람들은 집 근처 상점을 찾는 것조차 점점 자제했다. 이 때문에 집 근처 500m 이내 가맹점 결제 건수는 1~2주 차에 전년보다 11.5% 증가했다가, 3~4주 차에 4.6% 늘어나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