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 탄 왕자님'이 이토록 매력 없을 줄이야. 시청률 보증 수표인 '김은숙 마법'이 위태롭다. 지난 17일 첫 방송한 SBS '더 킹: 영원의 군주'에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방송 첫 주엔 시청률 11%대로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지난 주말 방송에선 한 자릿수(9.0~9.7%)로 내려앉았다.

'더 킹'은 평행 세계인 두 국가를 오가는 판타지 로맨스다. 대한제국 황제(이민호)와 대한민국 경찰(김고은)이 자석처럼 서로에게 끌린다. 공간뿐 아니라 시간도 뒤섞인다. 1994년과 2019년의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이 번갈아 등장한다. 두 세계를 오가다 보니 첫 화부터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안 간다"는 불만이 나왔다. 제작진은 방송 1·2회를 온통 산만한 세계관을 설득하는 데 할애했지만, 이후에도 "등장인물 감정선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러다 보니 4회 1부 시청률은 8.8%에 그쳤다.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의 한 장면. ‘대한제국’ 황제 이곤(이민호)은 백마 ‘맥시무스’를 타고 영물인 만파식적의 힘을 빌려 평행 세계인 ‘대한민국’으로 향한다.

'김은숙표 로맨스'는 늘 매력적인 남자 주인공이 중심에 있었다. 가사 도우미의 딸과 사랑에 빠지는 재벌 2세 고등학생(상속자들), 불사신급 능력을 갖춘 특전사(태양의 후예)에 이어 도깨비 신(神)까지 등장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매력이 철철 넘치는 남자 주인공과 평범하고 의존적인 여자 주인공의 조합이 반복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한 번쯤 꿈꿀 법한 '백마 탄 왕자' 판타지가 여심(女心)을 흔들었다.

'더 킹'엔 진짜 '백마 탄 왕자'가 등장한다. 훤칠한 미남에 제국을 가졌지만, 개연성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운 왕자다. 25년 전 자신을 구해준 여성을 찾아 '천둥과 번개가 치는 차원의 공간'을 넘었다. 나라는 안중에도 없이 일주일간 몰래 자리를 비우는 황제는 값비싼 다이아몬드를 팔아 쇼핑을 하고 경찰을 수족처럼 부린다. 그러다 "방금 아주 중요한 결정을 했어. 자넬 내 황후로 맞이하겠다"며 난데없이 프러포즈를 한다.

이 때문에 황제보다 그의 '백마' 맥시무스가 더 인기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내 말을 막으면 참수야" "넌 완전 재수야"처럼 김은숙 특유의 통통 튀는 대사들도 나오지만, 시청자들 사이 가장 많이 회자된 명대사는 "왜 그래, 맥시무스!"였다. 정 7품인 백마의 아역 말까지 화제가 됐을 정도다.

여성 캐릭터도 전작 '미스터 션샤인'에 비해 퇴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작가는 일본 침략군을 응징하는 양반집 의병 고애신(김태리) 캐릭터로 '신데렐라 전문 작가'란 오명을 벗는 듯했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선 시스루 원피스로 한껏 꾸민 여성 총리(정은채)의 "와이어 없는 브라는 가슴을 받쳐 주지 못한다" 같은 대사가 시대착오적이란 비판을 받았다. 신분증도 현금도 없는 정체불명 남성에게 홀랑 마음을 뺏기는 여주인공의 감정선도 이해하기 어렵긴 마찬가지. 백마 탄 왕자와 말괄량이 소녀의 세계 '김은숙 월드'가 쇠락의 길로 접어든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