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민주당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을 전혀 몰랐다고 하지만 이 발표를 믿기 힘들게 만드는 정황이 또 나왔다. 오 전 부산시장이 총선 이후인 4월 말에 사퇴한다는 합의서를 공증한 곳이 문재인 대통령이 설립했던 로펌(법무법인)이었다고 한다. 현재 로펌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다. 현 청와대 인사수석도 이 로펌 출신이다. 한마디로 이 로펌의 실질적인 주인은 문 대통령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런데 이 로펌이 총선에서 여당에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사건을 접수했는데 문 대통령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지 않을 수 있겠나. 그런데도 여당 대변인은 이를 "순전한 우연"이라며 "무리한 억측을 말라"고 한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사건 직후부터 오 전 시장 성추행을 알았을 것이란 정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피해자가 처음 찾아간 부산 성폭력상담소의 소장은 대선 때 문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던 사람이라고 한다. 피해자와 대화하며 사건 해결을 시도한 오 전 시장 측근 인사는 과거 민주당 의원 보좌관을 지냈고 직전에는 청와대에 근무했다. 이 때문에 '성추행 신고·접수·공증·언론 대응 모두가 친문(親文)의 울타리 안에서 이뤄졌다'는 말이 나온다. 총선 판도를 흔들 일이 벌어졌는데 이들이 당 지도부와 청와대에 알리지 않을 수 있겠나.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부산시장이 다른 곳도 아닌 집무실에서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한 충격적 사실이 보름이나 지나서 공개됐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총선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덮은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정당이 선거에 불리한 정보를 감추는 게 상례(常例)라고 하지만 이것은 그 정도를 넘는 문제다. 유권자들의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칠 정보를 감춘 것이고 유권자를 속인 것이다. 사태를 파악하고서도 선거 때문에 사퇴 시기를 조정하도록 했다면 공무원의 선거 관여를 금지한 선거법 위반 소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