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경기 이천시 모가면에 있는 물류창고 신축 공사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38명(오후 9시 현재)이 숨지고 10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실종된 사람들도 있다. 이날 오후 1시30분쯤 물류창고 지하 2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이 순식간에 4층짜리 건물 위쪽으로 번졌다고 한다. 유독가스가 건물에 금세 들어차면서 인명 피해가 커졌다.

이번 사고는 2008년 1월과 12월 각각 40명, 6명 목숨을 앗아간 이천시 물류창고 화재 사고의 판박이처럼 보인다. 당시 두 차례 화재는 지하 1층에서 작업자들이 용접 작업을 하다 가연성 자재에 불티가 옮겨붙으면서 발생했다. 이번에도 공사 중이던 지하층에서 불이 시작돼 순식간에 불이 번지며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물류창고는 보통 우레탄폼이나 스티로폼 양쪽에 얇은 판을 댄 샌드위치 패널을 벽 칸막이로 쓴다. 이 자재는 값이 싸고 단열 효과가 크지만 불이 잘 붙는데다 한번 불에 타면 시안가스, 황화수소, 염화수소 등 수십종 유독가스를 뿜어내 대형 참사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2017년 12월 29명이 사망한 충북 제천 화재, 같은해 2월 4명이 숨지고 48명이 다친 경기 화성 주상복합빌딩 상가 화재 등도 안전 불감증, 부주의로 발생한 화재들이다. 비슷한 환경, 비슷한 장소에서 비슷한 참사가 계속된다는 것은 그 사회 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코로나 사태에 아무리 잘 대응했어도 이런 안전 불감증, 부주의 같은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안전 모범국'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