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WEEKLY BIZ와 베인앤드컴퍼니 서울 사무소의 파트너들이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주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즈니스의 미래. 코로나 사태로 인기를 끌고 있는 화상회의 서비스 ‘줌(ZOOM)’에 모인 모습이다.

"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를 10년 전 글로벌 금융 위기와 비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는 2차 세계대전만큼 '빅 체인지(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올 겁니다. 세계 경영의 판이 바뀌는 거지요." 세계 3대 컨설팅사인 베인앤드컴퍼니(Bain & Company·이하 베인) 파트너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량생산과 세계화, 베이비부머 시대가 열렸던 것처럼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 경영의 판도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로나 이후 누가 승자가 될까

WEEKLY BIZ는 베인 서울사무소의 정지택 대표를 비롯해 파트너 5명과 화상회의 서비스 '줌(ZOOM)'을 활용해 인터뷰를 가졌다. 이들은 현재 위기를 0~10점 중 7점으로 꼽았다. 평시가 0점이고 7점은 구조적으로 큰 경제적 충격이 와 기업들이 정부 지원 없이는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를 가리킨다.

관심은 그럼 이런 위기 이후에 과연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로 모였다.

유통 총괄 강지철 파트너는 '레거시(lega cy)', 각 산업의 전통적 선도 기업에 주목했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같은 불확실한 상황에도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선도 기업 가치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베인이 지난 1~4월 미국 시장 소비재 50품목의 시장점유율을 분석해 보니 대부분 품목에서 전통적 선도 기업들의 점유율이 1%포인트 내외 상승했다. 그는 "사재기로 수요가 폭증한 상황에서 아이디어와 콘텐츠로 승부해온 스타트업(신생 기업)들이 고전한 반면 탄탄한 생산·물류 인프라를 갖춘 선도 기업들이 선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총괄 신우석 파트너는 "앞으로 팬데믹이 시장의 상수(常數)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따라 기업의 핵심 역량 개념도 지금까지는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을 얼마나 최적화하느냐, 효율성을 얼마나 극대화하느냐'였다면 앞으로는 (위기 상황에서) 얼마나 빠른 회복력(resilience)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업 총괄 이혁진 대표는 "이번에 중국을 중심으로 효율적인 서플라이 체인을 구축한 기업들 피해가 특히 컸다"면서 "미·중 무역 갈등으로 1차 충격을 받았는데 코로나로 2차 충격까지 받아 어디서 소재와 부품을 조달할지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서플라이 체인을 비집고 들어가 새로운 기회를 개척하는 기업들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쇼핑도 다 뜨는 건 아니다

베인이 미국 소비자 2600여 명을 조사해보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쇼핑을 처음 이용한 사람은 품목별로 10~15%였다. 하지만 그중에서 '써보니 좋다. 계속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겠다'는 비율은 품목별로 차이가 컸다. 패션·뷰티와 신선 식품은 20%포인트까지 차이가 났다. 신선 식품은 여전히 오프라인이 유효하다는 의미다.

강지철 파트너는 "온라인 쇼핑몰 중에서도 디지털 고객 경험에 적극 투자한 기업이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계속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온라인 패션 쇼핑몰 아소스(영국)와 잘란도(독일)를 높이 평가했다. "이들은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자유롭게 옷을 입어보고 살 수 있도록 반품 서비스를 강화했습니다. 다양한 색깔과 사이즈의 옷을 여러 벌 주문할 수 있도록 하고 안 맞는 옷을 반품할 수 있는 기간도 넉넉하게 정했습니다. 소비자가 구매 확정을 하기 전까진 결제도 연기됩니다. 소비자들이 새로운 온라인 경험에 열광할 수밖에 없죠."

강 파트너는 "앞으로 대형마트들도 온라인에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라며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처럼 수익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에 성패가 달렸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이들이 자동화와 AI(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효율성 높이기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수익의 80%를 내는 아마존처럼 신사업도 적극 발굴해 부가 수익 창출에 나서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디지털 산업 총괄 유영중 파트너는 "코로나 사태로 그동안 승승장구하던 구독 경제와 공유 경제 사업 모델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며 "두 모델 모두 구조적으로 감염병에 취약하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넷플릭스·스포티파이 등 구독 경제 기업들은 대량 실업 상황에서 소비자가 가장 먼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분야라는 점, 우버·에어비앤비 등 공유 경제 기업들은 코로나 감염에 대한 우려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크다는 얘기다.

파트너들은 기업들이 자동화에 적극 투자할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정지택 대표는 "감염병 리스크는 산업의 자동화를 부추길 것"이라며 "노동시장의 불평등은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유영중 파트너는 "그동안 임금은 계속 올랐지만 자동화 설비 가격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며 "코로나 사태로 수요가 늘면 원가는 더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 사태가 자율주행차(무인차) 확산에도 기폭제가 되고 있다. 그동안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많았지만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효용성이 더 부각되고 리스크 비용이 낮아지고 있다는 설명. 중국 우한에서는 자율주행차가 생필품과 의료용품 배송에 활용되기도 했다.

지금이 반등 계획 세울 타이밍

정지택 대표는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세계적으로 수많은 경영 실험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 '작은 이노베이션'을 코로나 이후에도 계속 살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업 CEO들이 요즘 '급해서 현장 영업 라인에 전권을 줬는데 의외로 잘하더라' '우리도 이렇게 빨리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처음 알았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예전에는 얼토당토않다고 생각했던 것들의 재발견이죠." 그는 "현금을 확보하는 등 당장의 대응에 전력을 다하는 동시에 1~2개 정도 세계 경영의 판도 변화를 고려한 '빅 아이디어'를 발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마존처럼 플랫폼 회사로 변신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처럼 벽을 허무는 변화를 고민해야 합니다. 회사의 형태나 운영 모델에 대한 질문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어요."

정 대표는 "자동차 경주나 쇼트트랙 경기도 코너에서 순위가 주로 바뀐다"면서 "소비자의 행태가 급격하게 바뀌는 불경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경쟁 업체와의 격차가 순식간에 벌어진다"고 충고했다. 이혁진 대표도 "지금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동시에 사태가 끝난 뒤 어떻게 반등할지 방법을 짜야 한다"며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역량을 핵심 고객에게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모든 고객을 지키려다 보면 중요한 고객을 경쟁사에 뺏기게 된다는 것. 나머지 고객은 코로나 사태로 일반화된 온라인 채널로 돌리면 된다.

유영중 파트너는 "코로나19 사태는 한마디로 기업들이 벌거숭이가 돼보는 경험"이라고 했다. "내부적으로는 그동안 몰랐던 비효율이 눈에 들어올 겁니다. 외부적으로는 기업 간 형편의 차이가 극명하게 갈리게 되죠. 평소 현금을 쌓아둔 기업은 M&A(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설 겁니다. 그러지 못하는 기업은 현금 확보에 전전긍긍하다가 기회를 날리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