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DC는 최근 워싱턴의 교회 성가대에서 코로나 집단 감염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코로나는 실내에 많은 사람이 모인 곳에서 수퍼 전파자에 의해 집단 감염이 일어나는 경향을 보인다고 과학자들은 밝혔다.

코로나는 감염자 10%가 환자 80%를 만드는 ‘수퍼 전파자’의 세계라는 주장이 나왔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19일(현지 시각) ‘왜 일부 코로나 환자가 많은 사람을 감염시키지만 대부분은 바이러스를 퍼뜨리지 않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과학자들은 과거 발생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 이번 코로나가 더 수퍼 전파자에 의한 감염이 많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소수의 감염자가 다수에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지난 12일 “워싱턴의 한 교회 성가대에서 61명 중 54명이 코로나에 감염돼 그 중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성가대는 지난 3월 10일 2시간 반 동안 노래를 하고 다과를 나눴는데, 그 중 한 명이 3일 뒤 감기 증세를 보이다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다음 주부터 53명이 차례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연구진은 싱가포르의 이주 노동자 숙소에서 감염된 800여명과 일본 오사카의 음악회에 참석했다가 코로나에 걸린 80명, 우리나라 줌바 학원의 감염자 65명도 ‘수퍼 전파자’에 의한 감염 사례라고 밝혔다.

◇코로나 집단 발병률은 사스·메르스보다 많아

지금까지 한 사람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다른 세 명에게 옮길 수 있다고 알려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른바 ‘감염재생산수(R)’가 약 3이라는 것.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미국 UCLA 제이미 로이드-스미스 교수는 사이언스 인터뷰에서 “일관된 패턴은 일반적인 R은 0이란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감염자는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기지 않고 소수 감염자가 집단에 퍼뜨린다는 말이다.

과학자들은 코로나를 분석하는 데 R 대신 이른바 ‘분산율(dispersion factor)’ k를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질병이 얼마나 집단적으로 발생하는지 알려주는 수치다. K 값이 작을수록 감염은 소수의 수퍼 전파자에서 비롯된다. 2005년 UCLA의 로이드-스미스 교수 연구진은 사스의 k는 0.16이라고 밝혔다. 2012년 발생한 메르스는 0.25로 계산됐다. 반면 1918년의 스페인 독감은 1로 추산돼 감염이 그리 집단적으로 발생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이번 코로나의 k는 올 1월 스위스 베른대 연구진이 중국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계산했을 때는 사스와 메르스보다 높게 나왔다. 하지만 최근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이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에 발표한 결과로는 코로나의 k는 0.1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10%의 감염자가 전체 환자 80%를 유발하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사회 전체 봉쇄보다 실내 수퍼 전파지 찾아 막아야

이 점에서 실내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과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로 코로나가 처음 발병한 중국 허베이성 밖에서 지난 1월 4일부터 2월 11일까지 발생한 코로나 집단 감염 사례 318건은 단 한 건을 빼고 모두 실내에서 일어났다.

사이언스는 “특히 바이러스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성공한 국가들이 자칫하면 어렵게 얻은 성과가 무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수퍼 전파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사이언스는 이달 초 한국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면서 클럽 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일본 고베의 육가공업체에서 작업자들이 일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육가공업체처럼 저온에서 많은 사람이 밀집 근무하는 곳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기 좋은 환경이라고 지적한다.

과학자들은 수퍼 전파를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화가 무조건 사회 전체를 완전히 봉쇄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런던위생열대의학연구원의 애덤 쿠차스키 박사는 “보건 당국은 사회 전체를 폐쇄하기보다 코로나가 집단 발생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육가공업체처럼 바이러스가 퍼지기 좋은 낮은 온도에서 많은 사람이 붙어 일하는 곳이 대표적인 수퍼 전파지가 될 수 있다고 사이언스는 밝혔다. 또 성가대나 줌바 학원, 클럽 사례처럼 실내에서 많은 사람이 노래하고 춤추면 침방울이나 공기를 통해 바이러스가 퍼지기 쉽다.

◇수퍼 전파자 지목되면서 인권 침해 우려도

미국 CDC가 코로나 집단 감염을 발표하면서 공개한 성가대 배치도. 수퍼 전자파자의 신원을 알려줬다고 인권 침해 논란이 일었다.

사이언스는 코로나가 수퍼 전파자에 의해 한정된 곳에서 집단 감염되는 사례가 속속 밝혀지면서 일부에서는 인권 침해도 우려한다고 전했다. 미국 CDC는 성가대 감염 사례를 발표하면서 누가 수퍼 전파자인지 알 수 있는 성가대 배치도를 공개해 논란이 됐다. 한국에서는 게이 클럽에서 집단 감염이 시작되면서 동성애자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사이언스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