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과학자들이 공기에서 물을 뽑아내 태양전지를 식히는 방법을 개발했다. 냉각수는 나중에 식수로도 활용할 수 있어 일석이조(一石二鳥)의 기술이 될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 킹압둘라공대(KAUST)의 펭 왕 교수 연구진은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지속 가능'에 "공기에서 뽑아낸 물로 태양전지를 식혀 발전(發電) 효율을 19%까지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햇빛이 강하면 태양전지가 전기를 마구 생산할 것 같지만, 현실은 다르다. 현재 상용화된 실리콘 태양전지는 흡수한 햇빛의 20% 정도만 전기로 바꿀 수 있다. 나머지는 열로 바뀐다. 안 그래도 뜨거운 사막이라면 태양전지가 과열될 수밖에 없다. 태양전지는 섭씨 25도 이상이 되면 발전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는데 사막에서는 40도까지 올라간다.

밤(왼쪽)에 태양전지 패널 뒤쪽에 붙어 있는 겔이 공기 중의 수분을 흡수한다. 낮(오른쪽)에 온도가 높아지면 겔이 갖고 있던 물이 수증기로 방출돼 태양전지를 식힌다. 실험에서 겔은 표준 태양전지 패널의 온도를 10도나 낮춰 발전 효율이 19% 높아졌다.

연구진은 제습제로 쓰이는 염화칼슘을 넣어 고분자 겔을 개발했다. 겔은 두부나 묵처럼 용액 속에 입자가 들어가 반(半)고체 상태로 굳은 것이다. 연구진은 1㎝ 두께의 고분자 겔을 표준 크기의 태양전지 패널 뒷면에 붙였다. 겔은 후덥지근한 사막의 밤에 공기에서 수분을 흡수한다.

연구진은 겔에 열 흡수 능력이 뛰어난 탄소나노튜브를 넣었다. 탄소나노튜브는 탄소 원자가 벌집 모양으로 이어진 다발 형태의 물질이다. 낮에 기온이 올라가면 태양전지가 뜨거워진다. 고분자 겔에 들어 있는 탄소나노튜브는 이 열을 흡수해 밤에 흡수했던 물을 수증기로 바꾼다. 사람이 땀을 흘리면 체온이 내려가듯 수증기는 태양전지의 온도를 낮춘다.

실험 결과 겔이 부착된 태양전지는 온도가 10도 낮아졌다. 덕분에 발전 효율도 19%까지 높아졌다. 습도 35% 정도의 사막 환경이라면 1㎡ 면적의 태양전지 패널에 냉각용 겔 1㎏이 필요하고, 습도가 80%에 이르면 300g의 겔로도 충분히 냉각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겔은 수 ㎜ 크기로 만들어 휴대용 전자기기에 넣을 수도 있고 수백 ㎡ 면적의 건물에 적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에 개발된 수랭(水冷) 기술은 별도로 에너지를 투입할 필요가 없어 경제성이 높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냉장고나 에어컨 기술을 이용한 기존 냉각 기술은 외부에서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연구진은 겔이 태양전지로 방출했던 수증기를 응축시켜 다시 물로 만드는 시스템도 개발했다. 이 물은 먼지로 덮인 태양전지 표면을 청소해 발전 효율을 더 높일 수 있다. 물이 귀한 사막에서 식수로도 쓸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