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극 | 영지

어른들 왜 술 마시게? 어른 되면 즐거움을 까먹거든. 약처럼 먹는 거야. 즐거워지려고."

열한 살 소녀 '영지'(박세인)는 겁나는 게 없는 천방지축. 모든 일이 규칙대로 정해진 틀 안에서 이뤄지는 완전무결한 도시 '병목안'에서 완전무결하지 않은 단 한 명의 존재다. 학원 가기가 너무 싫어 승합차를 타지 않고 도망친 모범생 소희, 촬영 일정을 펑크 낸 병목안의 CF 스타 효정이 우연히 '영지'의 아지트에 들어선다. 어른들은 영지가 무서운 마녀라고 했는데…. 웬걸, 영지의 방에선 절대 금지였던 젤리 과자도 먹을 수 있고 춤추고 노래도 할 수 있다. 세 아이가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청소년극 '영지'(연출 김미란)는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가 초등학교 고학년 눈높이에 맞춰 개발한 연극. 사방팔방 정신없이 튕겨 나가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닮았다. 놀이와 이야기, 춤과 노래가 뒤섞이며 빠르게 진행된다. 통통 튀는 대사들, 마임이나 애크러배틱에 가까운 배우들 움직임도 일품이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보면 더 좋을 작품. 부모는 도대체 잘 모르겠던 아이의 마음을 이해할 실마리를 얻고, 학원 뺑뺑이에 지친 아이는 신나게 뛰어놀듯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공연 시간은 60분으로 짧지만 '남들과 좀 달라도 괜찮으며 남이 시키는 대로만 살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이야기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서울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6월 14일까지 예정된 공연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조치로 취소됐으나, 6월 1·4·5일 세 차례에 걸쳐 오후 1시 30분부터 무관중 공연을 유튜브로 생중계한다. 전국 360여 초등학교에서 3만여 아이가 이 연극을 함께 볼 예정이다.

클래식 |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2000년대 국내 음악계에 말러 붐을 일으키며 자칭 '자수성가형 교향악단'으로 성가를 높인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30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박영민의 말러, 대지의 노래'를 선보인다. 말러 탄생 160주년을 맞아 상임지휘자 박영민(55)의 지휘로 말러의 교향곡 중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와 '대지의 노래'를 들려준다.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는 자식을 잃은 부모의 애끊는 심정을 담은 교향곡. 당시 말러에겐 딸 둘이 있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큰딸을 열병으로 떠나보냈다. 말러 자신도 심장병 진단을 받아 죽음에 대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 시기 작곡한 곡이다.

영화 | 나는 보리

열한 살 '보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보리는 농인인 엄마·아빠·동생 사이에서 자신만 다른 것 같은 외로움을 느낀다. 영화는 비장애인으로 소외를 느끼는 보리를 통해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을 뒤집는다. 보리는 급기야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큰 소리로 듣고, 바다에 뛰어드는 등 가족과 같아지려고 애를 쓴다.

강원도 바닷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따뜻한 가족 영화. 농인 부모를 둔 감독이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각본을 썼다. 모두 편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자막도 달았다. 장애를 측은하게 바라보기보다 평범하게 흘러가는 가족의 일상에 주목한다. 말소리가 사라지니 밥 짓는 소리, 파도 소리가 더 생생하게 들린다.

전시 | 전소정 개인전

파쿠르(Parkour)는 맨몸으로 도심 속 지형물을 옮겨다니는 일종의 곡예다. 뒷골목과 건물 옥상을 누비며 신체가 도시를 해체한다. 작가 전소정(38)씨가 서울·도쿄·파리를 오가며 촬영한 영상 '절망하고 탄생하라'는 그 현란한 몸짓을 통해 현재의 시공간과 그 탈주를 그려낸다.

전씨의 개인전 '새로운 상점'이 서울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7월 5일까지 열린다. 일련의 작품은 시인이자 건축가였던 이상(1910~1937)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폐플라스틱을 녹여 만든 조각 'ORGAN' 시리즈는 이상이 상상했던, 정오의 사이렌이 울릴 때 모든 게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도시를 신체화한 것이다. 가설 건물처럼 꾸민 전시장도 흥미롭다. 무료.

왓챠 | 와이 우먼 킬

미드 ‘위기의 주부들’ 팬이라면 주목하시길. ‘위기의 주부들’ 작가이자 제작자 마크 체리가 ‘와이 우먼 킬(Why Women Kill)’로 돌아왔다. ‘위기의 주부들’에서 사랑받았던 날카로우면서도 위트 있는 대사, 스릴러와 코미디를 넘나드는 속도감 있는 전개가 그대로 이어진다. ‘위기의 주부들’이 한국 아침 드라마와 막장 대결을 펼쳤다면, ‘와이 우먼 킬’은 대놓고 벌이는 ‘치정 살인극’이다. 1963년, 1984년, 201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도시 패서디나의 같은 집에서 총 세 번의 살인이 일어난다. 시대에 따라 각 부부가 사는 모양은 다르지만, 아내가 내린 결론은 같았다. ‘살인이 이혼보다 싸다.’ 청소년 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