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군 당국이 오는 8월로 예정된 하반기 한·미 연합훈련 방식을 두고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3일 알려졌다. 한·미는 작년부터 1년 두 차례 연합훈련을 하면서 상반기에는 기존에 실시하던 미군 주도의 실질 훈련을, 하반기에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해 한국군 주도로 작전 능력 검증 훈련을 했다. 그런데 올 상반기 코로나로 인해 연합 훈련을 하지 못하면서 양측 간 문제가 생긴 것이다.

미국은 상반기에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이 주도하는 실질 연합대비태세 점검 훈련을 하지 못했으니, 이를 하반기에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현 정권 임기 내(2022년)에 전작권 전환을 하려는 우리 정부는 하반기에 최병혁 연합사 부사령관 주도로 검증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맞서 있다.

상륙훈련하는 한국 해병대 - 지난 2018년 4월 3일 경북 포항 독서리 해안에서 실시된 ‘한·미 연합 상륙훈련 예행연습’에서 우리 해병대가 상륙함에서 내려 해안으로 전개하고 있는 모습.

한·미 간 이견이 불거지면서 일각에선 작년 기본운용능력(IOC) 검증 훈련 당시 군 수뇌부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훈련에 참가했던 복수의 참가자들은 "아무래도 우리 군 수뇌부가 전쟁 경험이 없다 보니 훈련 당시 빠른 판단을 내리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우리 군 일각에서도 미군들 보기 민망한 상황이 있었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했다.

일부 매체는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작년 IOC 검증 도중 실망해 전시지휘통제소인 'CP 탱고'를 박차고 나와 평택 기지로 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방부와 주한미군사령부는 "한·미 간 이견은 없었으며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한국군에 실망해 CP 탱고를 떠났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은 "한·미가 오는 8월 예정된 연합훈련 방식에 대해 협의 중이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은 3월 초에 계획됐던 연합사령관 주도의 대비태세 점검 훈련을 해야 한다고 했지만, 정부는 우리 군 주도로 전작권 전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작권이 전환되면 현 한미연합사령부는 미래연합군사령부로 개편된다. 한미연합사는 주한미군사령관이 지휘하지만, 미래연합사는 우리 군이 지휘권을 행사한다. 원칙적으로 주한미군이 우리 군의 지휘를 받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미군의 불안감이다. 미군은 "전작권 전환 자체가 문제 될 건 없다"면서도 전작권 전환을 서두르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검증이 안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마디로 현재 한국군의 전투력과 지휘 능력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미군은 한반도 전시 상황에서 최대 전력 제공국"이라며 "특히 항모 전단을 비롯해 각종 전략자산들을 전쟁에 투입할 텐데, 이런 것들을 모두 한국군에 맡기는 데 대한 불안감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때문에 작년 하반기 연합훈련에서는 미측이 유엔군사령관을 통해 작전에 개입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면서 양측 간에 지휘권 마찰도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은 표면적으론 이런 갈등설에 대해 "한·미 사이엔 문제가 없다"고 했다. 미군은 반미(反美) 여론을 우려해 갈등이 있어도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이 '제1 목표'인 우리 군도 미군의 협조를 받기 위해 갈등이 표면화하는 걸 꺼리고 있다. 군에서는 "서로 찜찜한 상황에서 '불편한 검증'이 계속되는 셈"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한편 미 국방부는 2일(현지 시각) 성명을 내고 "모든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에게 2020년 말까지 인건비를 지급하겠다는 한국의 제안을 수용했다"며 "주한미군은 늦어도 6월 중순까지 모든 한국인 근로자가 일터로 복귀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