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1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수도권 전체를 규제지역으로 묶고 전세대출을 이용한 갭 투자(전세 낀 매매)를 봉쇄한 데 이어 '7·10 대책'으로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늘리면서 주택 시장에 폭풍전야와 같은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다주택자들도 버틸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과 "지금까지 그랬듯 이번에도 집값은 못 잡고 부작용만 키울 것"이란 회의론이 맞서고 있다. 서울 강남 등 주요 지역 공인중개업소에도 대책의 영향을 묻는 문의가 줄을 잇고 있지만 급매물이 쏟아지는 등 충격이 가시화하는 모습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7·10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안 잡히면 언제든지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또 서울 주택 공급 확대 방안도 마련 중이다. 향후 어떤 정책이 더 나오느냐에 따라 시장 상황은 또 급변할 수 있다.

이처럼 시장 격변기와 맞물려 열리는 '2020 대한민국 부동산 트렌드쇼'에 참여하는 부동산 전문가 6명에게서 집값 전망과 투자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서울 집값, 떨어지긴 어렵다

온갖 규제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수석연구위원 한 명뿐이었다. 그는 "정부의 규제 강화로 인해 다주택자의 매물이 늘어나면서 내년 봄부터 집값이 본격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와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서울 집값이 보합 수준에 머무르거나 소폭 오르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센터장은 "초저금리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과 정부 정책 간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집값은 횡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 교수는 "정부 규제와 코로나 때문에 앞으로 2~3년은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 임기흥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등 3명은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까지 나왔던 정부의 규제들이 결과적으로 집값을 잡지 못했고, 시중 유동성이 워낙 풍부하기 때문에 투자 수요가 서울로 몰리는 것을 막기 어렵다는 논리다.

서울 아파트 추천 매수 시점에 대해서는 3명이 '지금'이라고 답했고, '내년 말 이후'가 2명, '올 연말'이 한 명이었다.

청약·꼬마빌딩이 유망

추천할 만한 유망 투자처로는 서울 등 수도권 청약이 가장 많이 꼽혔다. 청약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아파트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어서 확실한 차익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두성규 위원은 "8월부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청약 가점이 높은 실수요자 입장에선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가 바로 수도권 청약"이라고 말했다. 이광수 위원도 "시세보다 낮은 청약이 가장 유망하다"고 했다.

이동현 센터장과 임기흥 센터장은 서울 도심의 꼬마빌딩을 유망 투자처로 꼽았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아파트에 집중되면서 주택·상가가 섞인 꼬마빌딩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상업용 빌딩의 경우, 상대적으로 대출이 자유롭고 건물 부분 종합부동산세도 면제된다.

서울 내 유망 투자 지역으로는 용산과 강남 등이 꼽혔다. 안명숙 부장과 이광수 위원은 '개발 호재가 많다'는 이유로 용산을 추천했고, 이동현 센터장은 종합운동장 개발 호재가 있는 송파구 잠실 일대를 추천했다. 두성규 위원도 현대차 신사옥(GBC)과 잠실 마이스(MICE) 단지 개발이 예정된 삼성동·잠실 주변을 추천했다. 임기흥 센터장은 서대문 주변 저평가지역을 투자처로 꼽았다.

공급 대책 효과는 '글쎄'

3기 신도시, 용산 미니 신도시, 공적 재개발 등 정부가 추진 중인 수도권 주택 공급 대책이 서울 집값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전문가 대부분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 빠른 시일 내에 주택이 공급돼야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여러모로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6명 중 4명이 정부 공급 대책이 서울 집값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고, 수도권 내 집값 양극화를 부추길 것이란 응답과 서울 집값을 장기적으로 떨어뜨릴 것이란 응답이 각각 한 명씩 있었다.

심교언 교수는 "입지적 한계와 물량의 한계로 인해 시장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동현 센터장도 "절대적인 공급량이 부족한 데다 입주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이 한계"라고 지적했다. 두성규 위원은 "서울이나 수도권 인기 지역에는 수요자가 원하는 수준의 공급이 이뤄지기 어렵고, 수요가 적은 지역에는 필요 이상의 공급이 이뤄지면서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안명숙 부장은 "신도시 보상금 등이 풀리면서 단기적으로 서울 아파트 값을 자극할 수 있지만 입주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2023년 이후에는 수요를 분산하면서 가격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