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에 갇힌 상태로 발견된 백악기 동물의 두개골. 애초 새의 조상에 해당하는 초소형 공룡으로 분류됐으나 최근 도마뱀에 더 가깝다는 비판이 나왔다.

호박(琥珀)에서 발견된 새 모양의 두개골이 애초 알려진 것처럼 1억년 전에 살았던 초소형 공룡이 아니라 도마뱀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공룡과 도마뱀은 모두 파충류에 속하지만 각각 따로 진화했다. 공룡은 깃털을 가졌고 타원형 알을 낳아 오늘날 새에 더 가깝다.

중국 과학원의 징마이 오코너 박사 연구진은 지난 2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3월 발표했던 ‘미얀마에서 발견한 백악기 시대 벌새 크기 공룡’ 논문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호박은 송진이 굳어 단단해진 보석이다. 당시 연구진은 미얀마 광산에서 발견한 호박에서 9900만년 전 살았던 작은 공룡의 두개골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공룡은 긴 부리에 작은 이빨들이 나있어 새의 먼 조상에 해당하는 공룡으로 추정됐다.

◇부리 속 이빨과 두개골이 도마뱀에 가까워

연구진은 당시 호박에 갇힌 화석에 ‘오쿨루덴타비스(Oculudentavis)’란 이름을 붙였다. 눈과 이빨, 새를 의미하는 라틴어를 합친 말이다. 꿀벌 벌새는 부리를 뺀 두개골 길이가 8.8㎜인데 이 공룡은 7.1㎜에 그쳤다. 몸무게도 벌새와 비슷한 2g 정도로 추정됐다.

9900만년 전 살았던 초소형 파충류의 두개골 화석의 CT 영상. 이빨이나 눈 뒤 두개골 형태가 새나 공룡보다 도마뱀에 가까운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다른 과학자들은 호박의 두개골이 초소형 공룡이 아니라 도마뱀이라고 반박했다. 중국 과학원 척추고생물학과 고인류학 연구소의 지헹 리 박사 연구진은 네이처 논문이 발표되자마자 논문 사전 출판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반박 논문을 올렸다.

연구진은 호박 속 두개골의 컴퓨터 단층촬영(CT) 영상을 재검토한 결과 새와 비슷한 공룡이 아니라 도마뱀에 더 가깝다는 증거를 찾았다고 밝혔다. 이빨이나 눈 뒤의 두개골 구조가 도마뱀의 특징을 보였다는 것이다.

오코너 박사도 호박 속의 두개골이 새와 같은 형태의 공룡보다는 도마뱀일 가능성이 크다고 인정했다. 연구진은 과학매체 라이브 사이언스와 인터뷰에서 해당 화석이 “여러 파충류 집단 간 수렴 진화의 증거”라고 밝혔다. 수렴 진화는 진화 과정에서 전혀 다른 생물이 같은 특징을 갖게 된 것을 말한다.

◇인권 문제로 “미얀마 호박 연구 보이콧” 주장도

과학계는 해당 화석이 진화 연구에 중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단지 분류가 잘못됐을 뿐이란 것이다. 오코너 박사는 “화석이 새의 조상인 공룡이든 새의 머리를 한 도마뱀이든 간에 중요한 발견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는 아예 해당 연구를 의도적으로 외면했다. 화석이 발굴된 곳이 인권 탄압을 자행한 미얀마이기 때문이다. 미얀마 군부는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탄압해 과학계를 포함해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미국 척추고생물학회는 네이처 논문 발간 한 달 뒤인 지난 4월 회원들에게 “2017년 이후 미얀마에서 수입되거나 채집된 호박을 연구에 활용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요청하는 서한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