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가에 수학책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한 달 새 영국 수학교수 키트 예이츠의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웅진지식하우스), 수학 카페를 운영하는 수냐의 '톡 쏘는 방정식'(지노), 중국 수학의 달인 류치의 '수학책을 탈출한 미적분'(동아엠앤비) 등이 나왔다. 이번 달엔 김민형 옥스퍼드대 수학과 교수의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인플루엔셜)이 출간됐다. '수포자(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는 늘어난다는데 정작 어른 독자들은 수학책을 읽는다.

4050들이 수학책에 빠졌다. '나는 수학으로 세상을 읽는다'를 낸 반니출판사 배수원 편집장은 "살면서 수학을 몰라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뒤늦게 수학책을 찾고 있다"고 했다.

지난 1월 나온 '이해하는 미적분 수업'(바다출판사)은 석 달 만에 1만부 넘게 팔렸다. 영국 응용수학자 데이비드 애치슨의 미적분 해설서로 '풀지 못한 미적분은 무용하고 이해하지 못한 미적분은 공허하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김은수 바다출판사 과학팀장은 "30대 후반 남성인 나 자신이 '왜 미적분을 배워야 할까?'라는 의문을 갖고 기획을 했는데 비슷한 고민을 가진 40~50대 남성 독자들의 초기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수요는 곧 중·고등학생 학부모에게 옮겨갔다. 부모가 읽고 아이들에게 읽히는 책이 된 것이다.

4월 출간된 '수학의 쓸모'(더퀘스트)는 한 달도 안 돼 5000부 넘게 나갔다. 뉴턴, 나이팅게일 등 역사적 인물들이 수학을 이용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역사를 바꿔나갔는지에 대한 책이다. 초반엔 40대 남성 독자가 주로 보다가 40대 여성 독자가 엇비슷한 수치로 추월했다. 박윤조 더퀘스트 부장은 "학부모들도 포함됐겠지만 '수학을 향한 로망'을 품은 성인들도 많이 찾고 있다"면서 "이 성인들은 오랜 기간 '수포자'였던 사람일 수도 있고, 수포자는 아니나 한 번쯤 수학적 교양을 정리해보고 싶어하는 사람이기도 하다"고 했다. 여러 마케팅 문구 중 '수포자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책'이라는 문구에 독자들이 가장 반응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프린스턴대학교 컴퓨터과학과 교수인 브라이언 W. 커니핸이 쓴 '숫자가 만만해지는 책'(어크로스)은 '컴퓨터 공학자의 신문 읽기'가 콘셉트다. 뉴욕타임스 등 신문을 읽으며 기사의 수학적 오류를 집어낸다. 김형보 어크로스 대표는 "빅데이터 시대에 접어들며 문해력보다 수해력(數解力)이 중시되고 숫자 감각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가짜 뉴스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논리력·분석력 같은 수학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느끼면서 대중을 위한 수학책이 인기를 끄는 추세"라고 했다.

코로나 사태도 수학책 시장의 성장에 한몫했다. 박윤조 더퀘스트 부장은 "확진자가 급증한 2월 말~3월 초부터 수학책 판매가 지난해 대비 200% 가까이 늘었다. 학교가 문을 닫으며 강제 홈스쿨링이 실시된 것도 원인이겠지만 '집콕 생활'을 하는 어른들이 새로운 취미를 찾아나섰기 때문이기도 하다"면서 "모든 것이 불확실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정답을 찾는 법'을 알려주는 수학이 매력적인 분야로 다가오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