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등으로 국내 철강 업계가 경영난에 시달리는 가운데, 업계 3위 동국제강이 올 2분기 깜짝 실적을 내놨다.

국내 대표 철강 회사이자 세계 5위 철강사(조강 생산량 기준)인 포스코는 올 2분기 사상 첫 적자(별도 기준)를 기록했다. 현대제철 역시 2분기 가까스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영업이익 규모가 91억원에 불과하다. 상반기 누적으론 여전히 적자 상태다. 반면, 동국제강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0% 증가한 900억원 영업이익을 거뒀다. 매출은 현대제철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10배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렸다.

철강 업계에서는 생산·소비 구조 차이가 실적 역전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한번 불을 붙이면 1년 365일, 24시간 내내 돌려야 하는 고로(高爐) 중심 제철소다. 철강 제품 수요가 줄더라도 제품 생산량을 갑자기 줄이기 어렵다. 반면 전기로 중심 생산 체제를 갖춘 동국제강은 필요할 때만 전기로를 운영하면 된다. 동국제강 측은 "탄력적 조업이 가능한 전기로의 장점을 극대화해 수익성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소비 구조에서도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조선·자동차 회사가 주거래 회사다. 이 산업들은 코로나 사태 직격탄을 맞아 심각한 수요 부진을 겪고 있다. 반면 동국제강은 건설 현장에서 주로 쓰는 봉형강(철근·H형강 등),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컬러 강판 등이 전체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최근 삼성전자·LG전자가 냉장고 등에 컬러 강판을 사용해 수요가 크게 늘었다. 올 상반기 정부가 경기 부양책으로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등을 확대하면서 건설자재인 봉형강 매출도 덩달아 뛰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후판 사업은 대폭 축소하고 봉형강, 컬러 강판 사업에는 투자를 확대하는 등 최근 3~4년 사이 선제적인 구조 조정이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현대차증권의 박현욱 애널리스트는 "동국제강은 당초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2분기 실적을 거뒀다"며 "컬러 강판 등의 영향으로 하반기 영업이익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