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대응 등을 이유로 벌써 3번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 이뤄진 올해. 정치권에선 '4차 추경' 이야기가 나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집중호우 피해 극복은 기존 예산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하면서 4차 추경은 없는 일이 되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하 4차 추경 편성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내년 예산안 편성 마무리를 위해 연일 야근 중인 기획재정부 예산실 관계자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습니다.

그럼 가장 최근에 4차 추경을 편성한 해는 언제일까요? 바로 1961년입니다. 무려 59년 전입니다. 한국전쟁 중인 1950년과 5·16 군사정변 이후인 1961년, 우리 역사 상 4차 추경은 이렇게 딱 두 번 있었습니다.

이때는 연도 표기도, 화폐 단위도, 추경을 담당하는 부처의 이름도, 이를 제출받아 검토하는 기관도 지금과는 달랐습니다.

◇단기 4294년, 5·16 이후 편성된 4차 추경

4차 추경안은 언제 편성돼 제출됐을까요? 바로 ‘단기4294년 9월 29일’입니다. 1961년까지 정부 문서에는 연도 표기를 단기로 했답니다. 단기4294년이 서기 1961년입니다. 5·16 군사정변 이후에 4차 추경이 편성된 것이지요. 이듬해인 1962년 추경안을 찾아보면 이때부터는 공문서의 연도 표기가 단기가 아닌 ‘서기’로 바뀌는 것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1961년이면 현재 기재부의 수장인 홍남기 경제부총리(1960년생)과 예산 편성을 총괄하는 안일환 2차관(1961년생) 조차도 매우 어린 시절이었군요.

그렇다면 이때 화폐 단위는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환입니다. 정부는 이듬해인 1962년 긴급통화조치를 통해 화폐단위를 환에서 다시 원으로 바꿨습니다.

◇4차 추경 편성할 때 기재부도 국회도 없었다

현재는 추경을 편성하는 기관은 기재부입니다. 1961년 4차 추경을 편성한 기관은 기재부의 전신인 ‘경제기획원’이었습니다. 5·16 군사정변 이후 각 부처에 흩어져있던 경제 정책과 관련된 기능을 하나로 합쳐 설치한 기구입니다. 당시에 제출된 안은 현재의 표기처럼 ‘추가경정예산안’이 아닌 ‘추가갱정예산안’이라고 표기돼 있습니다. ‘更正(경정)’의 표기가 1958년부터 1969년 사이에는 ‘갱정’으로, 1970년부터는 ‘경정’으로 바뀐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시 추경안은 누가 제출받아서 심의했을까요. 1961~1963년 국회의 기능을 대신했던 국가재건최고회의였습니다.

59년 전 군사정변 이후 4차 추경을 편성하던 경제기획원 관계자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코로나 사태로 세 번의 추경을 편성하고, 수많은 경제 대책을 쏟아내고 있는 기재부 공무원들의 마음과 비슷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