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슨투미’ 앱의 실제 화면. 타인이 같은 사람에게 비슷한 피해를 본 사례가 있으면 자동으로 알려주고 ‘공동 신고’ 기능도 제공한다.

이른바 '미투(Me Too)' 사태 이후, 직장에서 몹쓸 짓을 당하고도 주변의 눈이 두려워 제대로 이 사실을 밝히거나 문제 삼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여러 사례로 드러나고 있다. 피해 사실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직장 내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부당한 인사 조치를 당하는 등 다양한 '2차 피해'를 받을 수 있어서다.

이런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있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성 관련 피해 사실을 신고하는 '리슨투미'라는 서비스다. 국내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 유클릭이 개발했다. 자신이 당한 피해가 성희롱과 추행, 폭행 등 어떤 범주에 속하는지 확인하는 기능, 자신이 겪은 상황을 직접 기록하는 기능, 기록된 내용을 신고하는 기능 등이 있다. 유클릭은 "이용자가 기록한 내용은 서버에 암호화되어 보관되고, 신고 버튼을 눌러야 (자신이 일하는 직장에) 정보가 전달된다"고 밝혔다. 타인이 같은 사람으로부터 피해를 본 사례가 있으면 이를 알려주는 기능도 있다. 이 경우 '공동 신고'를 선택해 여러 사람 명의로 신고를 할 수 있다.

신고 접수를 할 때는 실제 회사 직원인지를 이메일을 통해 확인, 신고가 오·악용되는 것도 차단한다. 박승수 유클릭 상무는 "회사 입장에서는 조직 내 발생하는 사건을 실시간으로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리슨투미는 5월부터 정식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한전KPS, 한국서부발전 등 3곳의 공공기관이 쓰고 있다. 유클릭 측은 "이 앱의 존재만으로 각종 성 관련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심리적 효과가 있다"며 "도입 기업이 늘고 있다"고 했다.

리슨투미는 사내 갑질 신고와 비리 신고까지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박 상무는 "리슨투미는 공공기관의 윤리 경영을 실천하고 CEO(최고경영자)의 윤리 리스크도 줄이면서, 구성원의 일탈 가능성을 차단하는 설루션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