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로비 앞에서 한 전임의가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전국 79개 병원 전임의(펠로)들이 정부의 공공의대 설립·의대 정원확대 등 정책 추진에 반대하며 단체로 사직서를 내기로 했다.

전국전임의일동은 27일 성명을 내고 "국민의 건강과 대한민국의 의료체계가 망가질 것이 불 보듯 뻔한 이번 정부의 정책추진에 대해 강력히 반대함을 결의하며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전임의는 전문의를 취득하고 대학병원에 남아 진료·연구·교육·수련을 겸하며 일하는 의사를 말한다. 전공의(인턴과 레지던트)의 선배 격이다.

전임의들은 성명에서 "저희들은 정부와 일부 언론이 말하는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고자 하는 의사가 아니다"라며 "(저희들의) 꿈은 오로지 몸과 마음이 아픈 환자분들을 돕고 국가의 의료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런 꿈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기에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전임의일동은 "정부의 이번 정책에는 처음부터 저희 의료계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그러나 정부는 마치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것처럼 근거 없는 정책을 밀어붙이려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너진 의료전달 체계가 개선되지 않은 채 진행되는 공공의대설립과 의과대학 정원확대는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 자명하다"고 비판했다.

◇'밥그릇 싸움' 지적에…"필수 진료 현장 떠난 적 없다"

전임의들은 집단휴진이 '고소득 전문직의 밥그릇 싸움'이라는 일부 지적에 대해 반박하며 "파업이 시작된 첫날부터 오늘까지 단 한번도 코로나 진료를 포함한 필수 진료 현장을 떠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마치 저희들을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불법시위를 저지르는 집단으로 매도하고, 협상을 하지 않으려 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오히려 (정부가) 무분별한 업무개시명령을 통해 공권력을 남용하며 저희들을 겁박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전날 전공의와 전임의들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했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형사 처벌, 또는 1년 이하의 의사면허 정지 등 행정 처분이 가능하다.

보건복지부의 전공의·전임의 업무개시 명령서.

전임의일동은 그러면서 "국민의 건강과 대한민국의 의료체계가 망가질 것이 불 보듯 뻔한 이번 정부의 정책추진에 대해 강력히 반대함을 결의하며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했다.

◇"원점 재논의시 즉시 복귀"

이들은 정부가 강경 대응을 멈추고 원점에서 논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즉시 복귀할 것이라고 했다. 성명에서 "단체 행동으로 인해 불편을 겪고 계신 국민 여러분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의료 현장이라도 복귀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정부가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강요를 멈추고 모든 논의를 의료계와 함께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것임을 밝히는 즉시 복귀할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전임의들은 "저희들 역시 국민의 한 사람일 뿐"이라며 "정부는 모든 국민을 위해 부디 서둘러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아래는 '전국 전임의 성명' 전문

저희들은 대한민국의 전임의입니다. 전임의란 전문의를 취득하고 끝없는 배움의 길을 걷고자 대학병원에 남아 진료, 연구, 교육, 수련을 겸하며 일하는 의사를 뜻합니다. 그렇기에 저희들은 정부와 일부 언론이 말하는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고자 하는 의사가 아닙니다. 저희들의 꿈은 오로지 몸과 마음이 아픈 환자분들을 돕고 국가의 의료발전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저희들의 꿈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기에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국민 여러분! 정부의 이번 정책에는 처음부터 저희 의료계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마치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한 것처럼 근거 없는 정책을 밀어붙이려 합니다. 무너진 의료전달 체계가 개선되지 않은 채 진행되는 공공의대설립과 의과대학 정원확대는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 자명합니다. 정책이 잘못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제 와서 철회할 수 없다고만 합니다. 정말로 이것이 정부가 말하는 소통이고 논의입니까?

저희들은 파업이 시작된 첫날부터 오늘까지 단 한번도 COVID-19 관련 진료를 포함한 필수 진료현장을 떠난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마치 저희들을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불법시위를 저지르는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는 저희 의사들이 협상을 하지 않으려 한 것처럼 호도합니다. 오히려 무분별한 업무개시명령을 통해 공권력을 남용하며 저희들을 겁박하고 있습니다. 거짓은 결코 진실을 이길 수 없습니다.

이에 오늘 저희 전임의들은 선언합니다.

국민의 건강과 대한민국의 의료체계가 망가질 것이 불 보듯 뻔한 이번 정부의 정책추진에 대해 강력히 반대함을 결의하며 사직서를 제출합니다. 만일 정부가 저희뿐 아니라 후배 의학도들의 꿈마저 짓밟으려 한다면 저희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현 사태로 인해 단 한 명이라도 부당한 처벌을 받게 된다면 더욱 더 뭉칠 것입니다.

저희의 단체 행동으로 인해 불편을 겪고 계신 국민 여러분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의료 현장으로 복귀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저희들은 정부가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강요를 멈추고 모든 논의를 의료계와 함께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것임을 밝히는 즉시 복귀할 것입니다.

저희들 역시 국민의 한 사람일 뿐입니다. 정부는 모든 국민을 위해 부디 서둘러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2020년 8월 27일
전국 전임의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