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공장 하나 없는 이스라엘에서 자율 주행 기술 스타트업 모빌아이가 성공하니 자율차 관련 기업 500곳이 생겨났습니다. 하나의 혁신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이죠.”(이스라엘 수출공사 아디브 바루크 회장)
“정부가 주도해 왔던 우주 산업조차 이제는 스페이스X 같은 민간 스타트업이 주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스타트업의 역할이 점점 커지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산업 발전을 이끌 겁니다.”(항공우주 전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스타버스트 프랑수아 쇼파드 창업자)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지난 30일부터 이틀간 열린 제12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선 스타트업 관련 세션이 총 6개 열렸다. 인구는 900만명에 불과하지만 나스닥 상장 기업이 미·중 다음으로 많을 정도로 스타트업이 활발한 이스라엘 기업가 세션뿐 아니라 14억 시장 인도, 그리고 한국 혁신 창업가들이 모인 세션도 인기를 끌었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모인 세계의 혁신 기업가들은 “코로나로 공급망(서플라이 체인)을 자급자족하려는 국가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글로벌 협력과 혁신을 통해 신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한·이스라엘 합작 결실 나녹스
30일 열린 ‘이스라엘과 한국 간 경제 협력의 장밋빛 전망’ 세션에는 SK텔레콤이 2300만달러(약 260억원)를 투자해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친숙한 이스라엘 의료 기기 스타트업 ‘나녹스(NANO-X)’가 대표로 참가했다. 나녹스는 디지털 엑스레이 기술을 이용해 방사선 노출량을 기존 기기의 30분의 1, 비용은 10분의 1로 줄인 엑스레이 기기를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작년 8월 나스닥 상장 당일 주가가 196%나 급등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나녹스의 란 폴리아킨 회장은 “한국과 이스라엘은 작은 나라이며 천연자원이 없어 인적자원에 의존하는 공통점이 있다”며 “헬스케어 분야는 두 나라가 함께 고민할 수 있는 향후 50년 먹거리이자 경쟁 우위 요소”라고 말했다.
나녹스는 올해 용인에 핵심 부품 공장을 세우기 위해 4000만달러(약 453억원)를 투자한다. 이스라엘의 강점인 혁신 스타트업과 한국의 강점인 고품질 대량 생산 능력이 더해지면 어떠한 프로젝트라도 세계적인 규모로 키워낼 수 있다고 폴리아킨 회장은 강조했다. 또한 그는 “2년 내 전신 엑스레이 기기 1만5000개를 수출해 한국과 이스라엘의 성공 스토리를 증명하겠다”고 했다.
◇“코로나는 스타트업에 기회”
한국의 스타트업들은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을 ‘기회’로 보고 있었다.
30일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 스타트업의 선구자들’ 세션에 참가한 웨이브온의 최현철 대표는 “창업 후 5년간 매출보다 작년 1년 매출이 더 많았다”고 했다. 2015년 삼성전자 사내 벤처였다가 분사한 웨이브온은 사람 뼈를 진동 매개체로 삼아, 이어폰·헤드폰 없이 손가락을 귀에 가져다 대는 것만으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휴대폰과 무선으로 연결된 스마트 워치가 진동으로 소리를 손가락으로 전달하는 식이다. 작년엔 안면 인식 체온 측정 기계를 개발, 음식점·카페 등에 공급하고 있다. 최 대표는 “코로나로 비대면 체온 측정 기술을 개발하게 됐다”며 “시장에 관심을 잘 기울이면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스케일업(규모 확대)’의 기회를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의 핵심이 ‘인재’라는 데 국내·외 스타트업 관계자 모두가 동의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기회’ 세션에 참가한 타리크 빈 헨디 아부다비 투자진흥청(ADIO) 사무총장은 “세상을 바꿀 혁신을 주도하는 건 인재”라며 “그들이 아부다비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지원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는 정보 통신(ICT), 헬스케어, 스마트팜(농장) 등 신사업 분야의 기업가들에겐 장기 체류 비자나 시민권을 제공하면서 인재 유치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