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여름에 미리 만나보는 2025년 봄, 여름 남성복 트렌드. 지난 7일 런던을 시작으로 밀라노, 파리에서 23일까지 진행된 2025년 봄, 여름 남성복 컬렉션의 하이라이트를 감상해 본다.

펜디

펜디의 아이코닉한 '셀러리아' 스티치가 담긴 2025년 봄-여름 펜디 남성복. 펜디.

지난 6월 12일, 펜디는 설립 100주년을 앞두고 하우스의 지난 헤리티지를 돌아보는 시간 여행과 같은 컬렉션을 펼쳤다. 액세서리 및 남성복 아티스틱 디렉터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가 생각하는 이탈리아 장인 정신의 정수, 그리고 펜디가 처음 남성복을 선보였던 1990년 이전 펜디 하우스만의 정신까지 이번 2025년 봄, 여름 펜디 남성 컬렉션에 생생하게 담겼다. 이번 컬렉션은 시작부터 끝까지 펜디 가문이 1925년 로마 안장 장인에게서 전수받은 기법인 ‘셀러리아’ 스티치의 섬세한 기교를 예찬하는 디자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크고 작은 사이즈로 구현된 스티치는 스트라이프나 FF 로고에 장식되거나 깔끔한 울 소재의 아우터 및 가죽 제품 위에 절제된 스타일로 올려졌다. 동시에 펜디의 아이코닉한 백 컬렉션인 ‘피카부 아이씨유(ISeeU)’, ‘다이애고널 쇼퍼’, ‘바게트 더블 크로스’ 등에도 ‘셀러리아’ 스티치가 적용됐다.

프라다

현실과 비현실 사이를 패션으로 표현한 2025년 봄-여름 프라다 남성복. 프라다.

지난 6월 16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프라다의 2025 봄-여름 남성복 컬렉션.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는 무형의 철학을 유형의 패션 실루엣으로 표현했다. 진실과 허위, 현실과 비현실이 혼돈되어 있는 현대적 담론을 제시하며, 우리가 인식하는 것들의 실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재고하며, 더 가까이 관찰하도록 한다. 와이어 디테일의 옷은 옷깃과 단에 비현실적이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부여해 마치 살아있는 듯하게 보이도록 했다. 또, 제품을 의도적으로 길거나 짧게 연출하고, 과장된 비율의 디자인들을 직관적으로 조합하는 등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이 날 패션쇼엔 NCT 재현과 트와이스 사나, 배우 변우석이 참석해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재현은 데님 셋업(set-up: 상하의 세트로 구성된 룩)의 캐주얼 룩을, 사나는 섬세한 플로럴 모티프 장식의 드레스 룩을, 변우석은 니트와 셔츠를 레이어드하고 클래식한 팬츠와 우아한 디자인의 슈즈를 매치시켰다.

디올

도예가 힐튼 넬의 작품에서 영감받은 2025년 봄-여름 디올 남성복. 디올.

6월 21일에 열린 아티스틱 디렉터 킴 존스의 디올 2025 여름 컬렉션은 디올의 생명과도 같은 공예의 요소를 조명했다. 또한, 도예가 힐튼 넬 (Hyilton Nel)의 작품을 통해 삶의 다채로움을 표현해냈다. 컬렉션의 전체적인 실루엣도 도예에 영감을 두고 있다. 아우터와 재킷에서는 둥근 볼륨감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슈즈는 클로그(clog: 앞뒤에 높은 굽은 가진 신발) 스타일이 중점을 이뤘다. 또한 25년간 디올의 아이콘으로 사랑받아 온 ‘새들(Saddle) 백'을 다양한 형태와 크기로 선보였다. 이날 행사에는 디올 하우스 앰버서더 차은우와 케이팝 아이돌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OMORROW X TOGETHER)가 참석했다. 이날 차은우는 가죽 재킷에 쇼츠, 로퍼(loafer)를 착용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재킷과 레귤러 핏의 팬츠, 컬러풀한 스니커즈를 멤버별로 다양하게 매치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로에베

깃털 오브제의 연출이 독특한 2025년 봄-여름 로에베 남성복 컬렉션. 로에베.

6월 22일에 진행된 로에베 2025년 봄-여름 남성복 컬렉션은 조용하면서도 급진적인 실루엣을 선보였다. 쇼의 시작은 블랙 수트가 열었다. 슬림하면서도 마치 스펀지 같은 텍스처를 지닌 수트에 길고 날렵한 옥스퍼드화를 스타일링했다. 가죽 패치로 고정된 느슨한 주름, 앞이 열린 채로 고정된 코트, 화려한 니트 팬츠 등에서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만의 패션 철학과 스타일이 드러난다. 또한 자개와 메탈을 손목시계 스트랩처럼 엮어 만든 상의와 자카드 라벨(상표)을 확대해서 만든 듯한 상의는 로에베만의 장인 정신을 느끼게 한다. 특히 얼굴 가운데부터 내려와 가슴까지 향하는 긴 깃털 장식이 이번 컬렉션의 독특한 오브제가 됐다. 액세서리는 유광 재질의 사슴 가죽으로 만든 ‘퍼즐 백’, 타조 가죽, 스웨이드, 부드러운 소가죽으로 각각 만들어진 ‘페블 소프트 호보 백’이 중심을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