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를 쫓아 달리는 일상이 숨차다면, ‘쉼표’가 되어주는 패션&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미나 페르호넨(Minä Perhonen)을 만나보자. 작고 단순한 원은 5cm 안에 25개의 자수 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9.3m의 실을 사용하며 완성하는데 9분 37초가 소요된다. 이 원의 이름은 ‘탬버린(Tambourine)’이다. 원은 하나의 작품이며, 이 모든 원들이 모여서 패션 및 텍스타일 브랜드 미나 페르호넨(Minä Perhonen)의 시그니처 텍스타일이 된다. 한 롤의 원단에는 6760개의 탬버린이 배열된다.

‘미나 페르호넨 디자인여정: 기억의 순환 전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 뮤지엄 1관에서 2024년 9월 12일~2025년 2월 6일까지 열린다. 이음해시태그.

‘일본의 마리메꼬’라 불리는 미나 페르호넨(minä perhonen) 전시 ‘미나 페르호넨 디자인여정: 기억의 순환 전시’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 뮤지엄 1관에서 2024년 9월 12일~2025년 2월 6일까지 열린다. 2019~2020년 도쿄 현대 미술관에서 14만 명이 관람한 ‘미나 페르호넨-미나가와 아키라 츠즈쿠’전의 순회전이다. 효고 현립 미술관, 후쿠오카시 미술관, 아오모리 현립 미술관, 대만의 가오슝시 미술관에서 전시됐고, 한국에선 처음 열린다.

'다채로운 개성', '100년을 잇는 정성', '기억의 순환'이라는 메시지를 따라, 11개의 전시 공간을 통해 미나 페르호넨의 디자인 여정을 만나게 된다. 이음해시태그.

이번 전시는 전지현, 서지혜, 설현, 정소민 등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이음해시태그’가 기획했다. 2020년 세계적인 몰입형 미디어아트 그룹 ‘팀랩(TeamLab)’의 전시를 진행했던 ‘문화창고’ 대표였던 김선정 대표가 설립했다. 연예인 매니지먼트사가 전시까지 문화의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그만큼 VIP 프리뷰에 수많은 셀럽들이 전시장을 방문했다. 김혜수, 이정현, 설현, 정소민 등 수많은 셀럽들의 SNS에 전시가 소개되며 금새 가장 화제성 높은 전시가 됐다.

이번 전시는 2019~2020년 도쿄 현대 미술관에서 14만 명이 관람한 '미나 페르호넨-미나가와 아키라 츠즈쿠'전의 순회전이다.
설립자 미나기와 아키라가 이번 전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미나 페르호넨(minä perhonen)은 국내에 아직 매장이 없지만, 수많은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다. 브랜드명 때문에 스칸디나비아 브랜드로 오해할 수 있지만, 도쿄에 베이스를 둔 브랜드다. 핀란드어로 미나(Minä)는 ‘나’, 페르호넨(Perhonen)은 ‘나비’로 ‘나비의 아름다운 날개 같은 디자인’을 경쾌하게 만들어 가고 싶다는 뜻을 담고 있다. 텍스타일 디자인을 중심으로 패브릭, 패션, 식기, 가구, 인테리어 소품 등을 선보이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자연주의와 실용주의의 디자인 철학, 자연에 영감을 둔 텍스타일 디자인과 소재, 패션부터 홈 데코를 아우르는 카테고리까지, 핀란드 브랜드 마리메꼬(marinekko)를 연상시킨다.

미나 페르호넨 2024 FW 시즌 ‘탬버린’ 라인. 미나 페르호넨.

“최신 트렌드 패션에는 긴장감이 배어있다. 미나의 옷을 찾아주는 손님들과는 시즌마다끝이 나는 긴장 관계각 아니라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는, 안정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싶다” 설립자 미나기와 아키라는 자신의 저서 ‘살아가다 일하다 만들다’를 통해 천천히 가는 ‘슬로우 패션’으로서 미나 페르호넨을 설명했다. 1967년 도쿄에서 출생한 아키라는 10대 시절 핀란드와 스웨덴을 여행하며 북유럽 문화에 빠져들었고, 북유럽의 자연주의와 일본의 소박한 실용주의가 만난 미나 페르호넨을 탄생시켰다. 아키라는 유행을 따르지 않고, 언제나 사랑받을 수 있는 100년이 지나도 존재할 브랜드를 만들고자 했다.

미나 페르호넨 2024 FW 시즌 키즈 라인. 미나 페르호넨.


미나 페르호넨의 대표적인 ‘탬버린’ 숄더 백. 미나 페르호넨.

이번 전시는 ‘다채로운 개성’, ‘100년을 잇는 정성’, ‘기억의 순환’이라는 메시지를 바탕으로, 11개의 전시 공간을 거닐며 미나 페르호넨의 디자인 여정을 만나게 된다. ‘디자인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 ‘물건에 대한 새로운 시각’, ‘만드는 이와 사용하는 이의 진정성 있는 태도’ 등 디자인의 의미와 역할을 재조명한다. 각 전시 공간마다 ‘씨앗’, ‘싹’, ‘숲’ 등의 이름이 붙어 미나 페르호넨의 세계로 안내한다. 지난 30년간의 텍스타일 아카이브와 함께, 4명의 한국 공예 작가와 협업한 의자, 가구, 조각보 모시발 등을 선보인다. 특히 창립자인 디자이너 미나가와 아키라의 드로잉, 회화, 태피스트리도 만나볼 수 있다. 나무, 꽃, 물결 등 자연의 이미지를 가져온 순수함이 담겨 있다.

도트 무늬이면서 스트라이프처럼 표현된 팔킷(palkeet) 남성 셔츠. 미나 페르호넨.
미나 페르호넨의 패브릭을 입은 프리츠 한센의 아르네 야콥센 디자인 ‘에그 체어’. 미나 페르호넨.
미나 페르호넨의 패브릭을 입은 프리츠 한센의 아르네 야콥센 디자인 ‘에그 체어’. 미나 페르호넨.
미나가와 아키라가 그린 새의 일러스트가 프린트된 이딸리아 테이블 웨어. 미나 페르호넨.

다음 시즌 최신 트렌드를 앞서 보여주고 있는 패션위크 기간에, 유행과 관계 없이 천천히 가는 미나 페르호넨을 만나는 건 신선한 경험이다. 미나 페르호넨의 느림이 일상의 ‘쉼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