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일부터 7일까지 펼쳐졌던 2025 S/S 서울 패션 위크. 지난 2월, DDP를 벗어나 성수까지 진출했던 서울 패션 위크는 DDP와 성수 에스팩토리를 넘어 청담, 한남동 일대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동시에 프레젠테이션 형식의 쇼부터 총 18개의 쇼룸을 운영하며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었다. 주목할 만한 디자이너들의 패션쇼 하이라이트를 만나본다.

줄라이칼럼(Julycolumn)

디자이너 박소영의 줄라이칼럼 2025 S/S 크래프트 컬렉션은 ‘선비’에서 영감받았다. 전통 남성복의 정교한 전통 패턴 커팅 기법이 현대 여성복의 섬세한 꾸뛰르적인 실루엣이 됐다. 국가무형유산 누비장 전승교육사 유선희의 평누비 기법이 소색 모시에, 오목누비 기법이 쪽색 모시에 손수 작업 되어, 전통 남성 한복의 깃을 우아한 칼라로 완성시켰다. 전통 평누비와 오목누비는 하루 10시간 정도 작업해서 각각 10여일 정도 소요되어 총 20일 이상 작업한 아트 크래프트다. 또한 국가무형 유산 ‘옥장’ 보유자로 인정받은 옥공예 장인 김영희의 조선시대 궁중 장신구 문양 작품을 응용한 비딩 공예도 적용됐다. 이번 서울 패션 위크이 테마인 ‘지속가능성’은 제주 삼다수와의 협업을 통해 표현됐다. 플라스틱병을 재활용한 투명 직물을 활용한 설치 미술로 잘 알려진 서도호 작가의 작품에서 영감받아 레이어링과 원단에 활용됐다. 현대 패션을 한국 전통, 아트와 크래프트, 지속가능성과 아름답게 조화시키고 레이어링시킨, 꾸뛰르 못지않은 수준 높고 우아한 컬렉션이었다.

2025 S/S 줄라이칼럼(Julycolumn).
2025 S/S 줄라이칼럼(Julycolumn).

유저(Youser)

이번 서울 패션 위크의 오프닝을 연 디자이너 이무열의 유저. 뉴욕과 밀라노 등, 해외에서 주로 패션쇼를 펼쳐오던 유저가 한층 성숙해진 컬렉션과 함께 돌아왔다. 디자이너 이무열은 기존의 질서, 존재에 대한 의문을 유저의 상상력으로 변환하여 평면성과 입체성에 주목했다. 파워 숄더 블레이저, 비대칭 디테일의 스트라이프 셔츠, 앞뒤를 뒤집은 데님 등, 유저 특유의 해체주의와 위트로 채워진 컬렉션이었다.

2025 S/S 유저(Youser).
2025 S/S 유저(Youser).

얼킨(ul:kin)

지속 가능성을 기반으로 하는 브랜드 얼킨의 2025 S/S 컬렉션 타이틀은 ‘어센택(AUTHENTIC)’이다. 디자이너 이성동은 가속화되는 지구 환경 파괴와 생성형 인공지능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며 딥페이크 등이 난무하는 혼란 속에서 점점 커지는 ‘진실성’에 대한 갈증을 표현하고자 했다. 얼킨의 브랜드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업사이클링 소재, 해체와 재구성이 실험적인 실루엣과 디테일로 일상 스타일에 조화됐다. SF 영화에 등장하는 듯한 선글라스, 메탈릭 톤 등의 퓨처리즘이 가득했지만, 데님, 셔츠, 블레이저, 슬립 드레스와 니트 등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스타일들이다.

2025 S/S 얼킨(ul:kin).
2025 S/S 얼킨(ul:kin).

아조바이아조(AJOBYAJO)

아조바이아조 2025 S/S 컬렉션 ‘가짜 메시아(Pseudo-Messiah)’는 2019년 로즈 글래스 감독 영화 ‘세인트 모드(Saint Maud)’에 영감을 두고 있다. 영화 ‘세인트 모드’는 환자의 영혼을 구원하는 것이 신이 내린 임무라 생각하며 집착하는 간병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디자이너 김세형은 ‘자신의 실체는 드러내지 않고 웹상에서 집단이 형성됨을 보여주고, 이를 표현하기 위해 모든 모델에게 마스크를 착용시켰다’고 설명했다. 소셜 플랫폼에서 자기 자신을 스스로 신격화하는 사람과 그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팔로워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매 시즌 독창적인 스트리트 패션을 선보여온 아조바이아조는 이전보다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5 S/S 아조바이아조(AJOBYAJO).
2025 S/S 아조바이아조(AJOBYAJO).

라이(LIE)

2025 S/S 서울 패션 위크의 피날레를 장식한 라이. 디자이너 이청청은 ‘네오-크래프트맨십(Neo-Craftsmanship)’을 테마로, ‘시대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장인 정신’을 컬렉션으로 표현했다. ‘삶은 그 자체로 하나의 표현 수단이다(Life is an Expression)’를 모토로 전개하는 라이는 화려한 컬러와 실루엣의 로맨틱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정윤희 작가와 협업한 마크라메(매듭 공예)의 섬세한 수공예 기법이 돋보였으며,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믹스 앤 매치로 라이만의 정체성을 화려하게 펼쳤다. 데님 팬츠를 뜯어 펼쳤을 때 드러나는 봉제 라인을 수트의 여밈 디자인이 되게 하여, 새로운 장인 정신과 함께 업사이클링을 표현했다. 특히 세계 최초 고해상도 ‘스트레처블 패널’을 개발한 ‘LG 디스플레이’를 패션으로 연출한 신개념의 디자인으로 화제가 됐다. 자유자재로 모양을 변형할 수 있는 ‘스트레처블 패널’을 활용한 패션 또한 ‘미래적인 장인 정신’에 대한 표현이다.

2025 S/S 라이(LIE).
2025 S/S 라이(L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