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곳곳이 미술로 물드는 아트 시즌이 열렸다.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을 함께 일컫는 이른바 ‘키아프리즈’ 기간이 9월 4~7일 시작된다. 이제 4일간의 국제아트페어를 넘어 ‘키아프리즈’ 기간 전후가 모든 인더스트리가 함께 하는 아트축제의 기간이 되어가고 있다. 국내 주요 갤러리들이 의미있는 대표 전시를 열뿐 아니라, 패션과 주얼리 브랜드, 백화점 등에서도 특별 전시가 펼쳐진다. ‘키아프리즈’가 끝나도 계속 즐길 수 있는 서울 강남 코엑스 밖에서 펼쳐지는 오프 사이트(off-site) 전시들을 만나본다.

운경고택, 이완 개인전 ‘랜덤 액세스 메모리 3: 기록과 기억’

조선시대부터 근대 역사를 관통하는 운경고택 속에 스며든 이완 개인전 ‘랜덤 액세스 메모리 3: 기록과 기억’이 9월3일부터 10월27일까지 열린다. 운경고택은 조선 14대 왕 선조의 후손이자, 제12대 국회의장 운경(雲耕) 이재형(1914~1992)이 작고할 때까지 거주하던 고택이다. 운경 선생 타계 이후 재단을 설립하고, 그의 기록과 물건을 보관, 기념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행랑채, 사랑채, 안채로 구성된 그 자체가 예술품인 운정고택을 거닐며 만나는 이완 개인전은 남다르다. 이번 이완 개인전은 2022년부터 컴퓨터의 무한한 정보 기술이 인간의 삶과 예술에 가져온 변화를 살피는 ‘랜덤 액세스 메모리’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장으로, 과거의 객관적 기록과 그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 기록을 다룬다. 운경고택의 역사적 기록물과 작가의 아카이브에 기반한 신작 19점을 포함한 26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새하얀 갤러리의 공간 속에서 만나는 아트와 다르게, 고택이 품어온 시대와 정신과 깊게 교류하며 대화하는 듯한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운경고택과 작가 이완 작품들의 대화 속에 함께 동참하는 듯한 남다른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운경고택에서 열리는 이완 개인전 ‘랜덤 액세스 메모리 3: 기록과 기억'. 운경재단.
이완 작가는 운경고택의 근현대 역사 기록물과 작가의 아카이브를 담은 신작 19점을 포함한 26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운경재단.
고택 곳곳에 자리한 새 오브제는 시공간을 초월해 서로 다른 시대를 연결하는 매개체를 의미한다. 운경재단.

리움 미술관, 설치미술가 아니카 국내 첫 개인전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는 9월 5일부터 12월 29일까지 아니카 이(Anicka Yi)의 개인전 ‘또 다른 진화가 있다, 그러나 이에는’이 펼쳐진다. 전시회의 제목은 불교 수행법에서 사용되는 화두의 특성을 차용한 것이다. 아니카 이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로 예술과 과학의 관계성을 탐구한다. 작가의 작품 세계와 최근 경향을 볼 수 있는 지난 10여 년간 제작된 작품 30여 점이 출품된다. 아니카 이의 작품 세계와 최근 경향을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리움 미술관, 아니카 이(Anicka Yi)의 개인전 ‘또 다른 진화가 있다, 그러나 이에는’. 리움 미술관.

페이스갤러리, 색면추상의 거장 마크 로스코와 이우환 2인전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페이스갤러리에서 9월4일부터 색면추상의 거장 마크 로스코(Mark Rothoko)와 이우환(1936~)의 2인전 ‘Correspondence: Lee Ufan and Mark Rothko’가 열린다. 이우환 화백이 마크 로스코의 유족과 협력해 직접 기획에 참여한 전시로, 두 색채 거장의 만남이 특별하다. 전시에는 2018년에서 2023년에 제작된 이우환 화백의 대표 회화 작품과 1950년대에서 1960년대 마크 로스코의 주요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서로 닮은 듯 다른 두 거장의 마스터피스를 만나는 감동이 남다를 것이다.

페이스갤러리, 마크 로스코와 이우환 2인전. 페이스 갤러리.

호암미술관, 니콜라스 파티 국내 첫 개인전 ‘파스텔의 마법사’ 서울 밖으로 나가면,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8월 31일부터 시작된 니콜라스 파티의 국내 첫 개인전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를 만날 수 있다. ‘파스텔의 마법사’로 불리는 니콜라스 파티(Nicolas Party)는 18세기 유럽의 전통 파스텔화를 21세기적으로 재해석한 대형 파스텔 벽화로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첫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자연과 문명, 인간과 비인간 종(種)의 지속과 소멸을 주제로 다룬다. 니콜라스 파티가 전시장과 미술관 로비 벽에 직접 그린 파스텔 벽화 5점도 이번 전시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호암미술관, 니콜라스 파티 국내 첫 개인전 ‘파스텔의 마법사’

송은, 피노 컬렉션과 협력한 현대 미술 전시

송은은 피노 컬렉션과 협력한 전시 ‘Portrait of a Collection: Selected Works from the Pinault Collection’을 9월 4일부터 11월 23일까지 펼친다. . 피터 도이그, 도미니크 곤잘레스 포에스터, 얀 보, 미리암 칸, 폴 타부레 등 60여 점의 현대미술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2011년 열린 <Agony and Ecstasy(고통과 환희)>를 통해 아시아 최초로 데미안 허스트, 제프 쿤스, 무라카미 다카시 등의 컬렉션 공개 이후 13년 만에 한국을 찾은 전시다. 이번 전시는 2021년 피노 컬렉션이 파리의 옛 상업거래소를 새롭게 단장해 미술관으로 재탄생시킨 부르스 드 코메르스의 개관전 ‘우베르튀르(Ouverture)’에서 영감 받았다. 비디오, 설치, 조각, 드로잉을 비롯해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피노 컬렉션과 함께 현대 미술의 오늘을 오감으로 만나게 된다.

송은, 피노 컬렉션과 협력한 현대 미술 전시 ‘Portrait of a Collection: Selected Works from the Pinault Collection’. 송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