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옹~” 취업준비생 김모씨는 최근 화상 면접을 보다 곤욕을 치렀다. 집에서 면접을 보던 김씨 뒤에 있던 반려묘가 울음소리를 냈던 것. 모니터 건너 면접관들은 웃어넘겼지만 결국 김씨는 낙방했다. 낙방의 이유가 고양이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김씨는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다른 면접을 치를 때는 집이 아닌 곳을 찾겠다고 다짐했다.

이한솔 기자

‘화상 면접 어떻게 대비하세요’ ‘화상 면접 주의사항’ ‘면접 명당 찾아요’. 최근 취업 커뮤니티 게시판에서는 이 같은 제목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반기 공개채용 시즌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가운데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비대면 채용전형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 8월 기업 인사담당자 2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하반기에는 화상 면접 등 비대면 채용전형을 도입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67.3%에 달했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비대면 채용이 시험대에 오른 수준이라면 하반기에는 비대면 채용전형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면접관과 원격으로 만나는 ‘화상 면접’은 취업준비생들에게 큰 고심 거리다. 한 공간에서 면접을 치러 모두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는 대면 면접과 달리, 웹캠과 조명, 마이크 같은 장비 성능이나 공간에 따라 면접자의 모습이 더 돋보일 여지가 있어 ‘집 떠나는’ 취업준비생들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최근 화상 면접을 치렀다는 김모(28·서울 은평구)씨는 면접날을 앞두고 고민이 컸다고 했다. 김씨는 “집에서 노트북으로 예행연습을 해보니 너무 어둡고 목소리도 마이크에 잘 잡히지 않았다”며 “집에서는 도저히 원하는 그림이 나오질 않더라”고 말했다. 낯선 면접관에게 집 내부를 보여주는 것에 부담도 느꼈다. 결국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스튜디오의 도움을 받았다. 그는 “고성능 웹캠과 조명 장비를 대여해주는 곳이 있는지 중점적으로 검색했다”며 “얼굴이 어둡게 나올까 걱정해 밝은 조명까지 빌려 면접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두 시간 이용료로 3만6000원을 내고 스튜디오 공간과 함께 웹캠과 조명, 마이크, 노트북 거치대까지 대여받았다.

이런 흐름으로 영상이나 사진 촬영이 주목적이었던 스튜디오들은 기업 화상 면접에 대비하려는 취업준비생 잡기에 나섰다. 포털사이트에서 화상 면접을 검색해 보면 ‘Full HD 웹캠 보유’ ‘면접에 집중할 수 있는 헤드셋 구비’ 등 이들이 올린 광고 문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유튜브 콘텐츠 촬영 전문 스튜디오인 서울 마포구의 A 업체 관계자는 “공간과 장비 대여가 가능하냐는 취준생들의 문의가 상반기보다 대거 늘어났다”며 “고객 카테고리를 분류하는데 요새는 ‘취업’을 추가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곳은 본래 유튜브 콘텐츠 촬영을 위한 공간으로 운영되는 만큼 고객들은 고성능 웹캠과 마이크, 조명기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예전에는 스튜어디스나 쇼호스트 준비생이 영상 포트폴리오를 찍으러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일반 기업의 화상 면접을 보는 취준생이 확실히 늘어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근 유튜브 촬영 스튜디오는 화상 면접을 치르려는 취업준비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영상다방 황금단추 제공

이처럼 장비에 초점을 맞추는 ‘장비족’이 있다면 조용한 공간을 선호하는 ‘사일런트족’도 있다.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 ‘모텔’을 대실하는 이들이 대표적이다. 숙박업소 연결 플랫폼을 통해 미리 내부 인테리어를 확인할 수 있고, 남에게 방해받지 않는 조용한 공간이라서다. 편하게 옷을 갈아입거나 머리를 매만질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취업준비생 이모(26·서울 서대문구)씨는 “(기업 면접시간인) 평일 낮이면 숙박 손님이 많지 않아 이용하는 데 크게 불편이 없다”며 “방이 깔끔하게 정리돼 있고 방해받지 않을 만한 모텔을 골라 예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하반기 기업 채용문은 좁아질 전망이라 취업준비생들의 한숨이 깊어진다. 실제 올해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대기업은 10곳 중 3곳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 8월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147개사를 대상으로 ‘하반기 4년 대졸 신입직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올해 하반기 대졸 신입직원을 채용한다고 밝힌 기업 비율은 29.3%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73.5%)보다 44.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취업문이 좁아질수록 취업준비생들은 예전보다 더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화상 면접을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과정에서 취업준비생들은 지출이 늘어나는 등 경제적 부담이 커지기도 한다. 취업준비생 홍모(27·서울 강남구)씨는 “화상 면접을 준비하는 데 30만원 이상을 쓴 것 같다”며 “학생 입장에서 경제적으로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학생성공센터장(교육학과 교수)은 “화상 면접을 원활하게 치르기 위해 접속이나 화면 상태를 체크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지원자들의 역량과 이력을 확인한다’는 기업 면접의 본질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실제 당락에는 지원한 기업에 필요한 역량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업들은 지원자들의 면접 환경 편차를 줄이는 방법을 고심하는 등 원활하고 공정한 화상 면접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